부동산
"대출 나올때 집 사자" 김포·파주 매물실종
입력 2020-11-13 17:24  | 수정 2020-11-13 19:10
13일 `매물 접수`라는 안내문이 적힌 경기도 김포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그 많던 매물이 다 어디로 갔나요?"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매수를 염두에 두고 인터넷 포털에서 부동산을 둘러보던 주부 이 모씨(42)는 급감한 매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이씨가 찾는 전용 59㎡ 혹은 84㎡ 매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부동산 매물 페이지를 몇 번이나 새로고침해봐도 84㎡ 이내 매물은 없었다. 3042가구 규모인 운정 아이파크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매매 매물이 30여 건이었지만 현재 5건으로 거의 다 소진됐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은 분리형 아파트인 전용 109㎡ 매물 5~6건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주 전부터 전세를 알아보던 사람들이 매매로 돌아서면서 실거주 수요가 높은 20~30평대 매물은 다 사라졌다"고 했다. 이곳은 비규제지역으로 최대 주택담보대출이 70%(무주택 실수요자 조건)까지 나온다. 이씨는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차라리 매수하자고 생각하고 고민하던 차였는데 이렇게 매물이 사라지니 도대체 우리는 어디 가서 살아야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개정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차라리 이럴 거면 집을 사자'며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특히 대출이 넉넉히 나오는 비규제지역이나 조정지역 아파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게 오르고, 청약 경쟁률도 치솟자 실수요자들이 매수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조정지역 신축 아파트는 한정된 물량이 호가가 오르면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임대차법이 오히려 불안심리를 자극하면서 집값 상승에 불을 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13일 아파트 실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아실'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10월 14일~11월 13일) 수도권에서 아파트 매매 매물이 가장 많이 급감한 곳은 경기도 파주, 의정부, 김포 순이었다. 세 곳 모두 비조정지역으로 한 달 새 매물이 10% 넘게 소진됐다. 파주는 한 달 전 매물이 2255건에서 1855건으로 17.8% 줄었고, 김포도 4431건에서 3965로 10% 감소했다.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다 보니 가격도 오르고 있다. 운정아이파크 전용 84㎡는 7월만 해도 5억원대였는데 현재 호가는 9억원으로 80% 가까이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 8억5000만원까지도 나갔다.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집주인들이 배짱 호가를 내놓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도 전셋값이 오르고 있지만 투기과열지구여서 대출이 40%밖에 나오지 않는다. 실수요자들이 집을 매수하기 어려운 서울보다 수도권 비조정지역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에 막힌 투자자들이 비조정지역으로 몰린 데다 이제는 전세난에 밀려난 실수요자들끼리 비조정지역을 매수하면서 비조정지역 아파트값은 요동치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매매변동률에 따르면 10월 초만 해도 마이너스였던 파주는 이달 첫째 주 0.37%, 둘째 주 0.47%나 뛰었다. 김포는 지난 3개월간 누적 상승률이 6.99%로 수도권 지역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투기 자본들이 이들 (규제)지역을 피해 이동하고 있는 걸 통계 수치로 확인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가 김포와 파주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 전문가는 "김포로 쏠리도록 놔둔 건 결국 수요가 서울로 오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 서울 집값이 오르는 걸 막으려면 규제지역 지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선희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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