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전국 주유소서 전기車 충전시대 열린다
입력 2020-11-13 15:00 
현대자동차가 구축하고 GS칼텍스가 운영하는 서울 강동구 소재 수소 충전소 전경. 이 충전소는 수소뿐 아니라 휘발유·경유, LPG, 전기까지 모두 공급하는 `융복합` 에너지 충전소다. 사진은 수소충전소-주유소-LPG충전소-전기차 충전소가 차례로 들어선 모습. [사진 제공 = GS칼텍스]

전국에 위치한 주유소와 LPG 충전소가 전기차 충전소로 전환을 본격화한다. 그간 정부주도 위주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장에 민간이 본격적으로 나서는 만큼 전기차 이용 편의성이 빠르게 제고될 전망이다.
13일 정유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정유업계 대표들이 모여 미래차 충전인프라 확대를 위한 상호양해각서(MOU)를 다음주 중 체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오는 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호텔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이 자리에 참가할 정유 및 LPG 기업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스오일, 현대오일뱅크, SK가스, E1으로 각각 정유 4개사와 LPG공급사 2곳이다. 여기에 장준영 한국환경공단 이사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MOU는 전국에 위치한 주유소와 LPG가스충전소에 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수소는 설비를 갖추기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만큼 전기차용 급속충전기 위주로 설치할 것"이라며 "민간기업이 전기차 충전 수요를 공략하기위해 자발적으로 설치에 나서고 정부는 지원의사를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와 환경공단은 주유소와 LPG충전소에 미래차 충전인프라 설치를 위한 재정지원과 시범사업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기존에도 민간 주유소·LPG충전소 사업자들은 자발적으로 미래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이번 MOU는 업계 주요기업 대부분이 참여한 데다 정부까지 지원 의사를 확언했다는 의미가 있다.
내연기관차를 위한 전국 인프라가 미래차용 인프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를 비롯한 국내 정유사들은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외에도 LPG와 전기, 수소 등 모든 연료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카셰어링, 세차, 정비 서비스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를 유도해왔다.
정유사 관계자는 "이미 여러 주유소가 정부와 함께 전기차 충전 시설을 늘려가고 있다"며 "자동차 시장 자체가 변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재정지원이 더해지면 정유사 또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 전기차 무료충전 서비스 제공 모습
정부 주도로 벌어지던 전기·수소차 충전소 사업에 민간 대기업이 동참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2025년 전기·수소차 133만대 보급 목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전기·수소차의 대중화를 위한 핵심은 가격과 충전 편의성이다.
아무리 완성차 기업이 제품을 잘 만들어도 아직 휘발유·경유차에 비해 차 가격은 고가에 형성되고 있으며, 주유소에 비해 충전 편의성도 한참 떨어진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전기·수소차의 구매 및 운용비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는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전기·수소 충전소도 대폭 늘려 2025년까지 전기 충전기 50만개, 수소충전소 450곳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번 MOU를 계기로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주유소와 LPG충전소가 성공적으로 전기·수소차 충전소로 거듭난다면, 정부 주도 인프라 확장에 더해 민간까지 참여해 급속도로 충전인프라를 확산할 수 있다. 정부는 2022년 이후 신축건물에 전기차 충전기를 주차대수의 5%까지 의무로 부여해 거주지 충전 편의성을 제고할 방침인데, 주유소에서도 급속충전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전기차 이용자들이 거주지와 거주지 외 지역에서 모두 충전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사업성이 확인되면, 올해 4월 기준 전국에 위치한 1만1449개 주유소가 전기·수소차 충전소로 환골탈태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042곳이 구축된 LPG 충전소까지 장기적으로 모두 전환에 성공하면 1만3000곳 이상의 전기 급속충전소가 생긴다는 의미다.
또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는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곳이 아닌 만큼 전기차 충전 설비 구축은 실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정부와 함께 새로운 변화에 생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