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8촌 이내 친척 결혼 금지가 `혼인의 자유 침해`?
입력 2020-11-12 17:54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이승환 기자]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이를 혼인 무효 사유로 규정한 현행 민법 조항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인지 여부를 두고 헌법재판소가 12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오후 민법 제809조 제1항 및 제815조 제2호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현 민법 "8촌 이내 결혼 불가·무효"
민법 제809조 제1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815조 제2호는 "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는 결혼할 수 없고, 이 사실을 모른 채 결혼을 하더라도 당사자들이 8촌 이내 혈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혼인 무효 사유가 된다는 내용이다.

◇"현 시대상 반영 못해" vs. 친족 기반 사회 규범 고려해야
이 사건 헌법소원을 낸 A씨는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한 우리나라 법이 해외 법규 사례에 비춰봤을 때 지나치게 넓고, 변화한 친족관념을 법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유전학적 관점에서 봐도 8촌인 혈족 사이 자녀에게 유전질환이 발현된 가능성이 비근친혼의 경우와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법무부는 "민법 제777조 제1호는 8촌 이내의 혈족을 친족으로 규정하고 있고, 현재도 여전히 혈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이 사회 기초를 이루고 있는데다, 우리나라의 근친혼 범위가 해외보다 넓다고 해도 근친혼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는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위헌파 "유전질환 가능성 비근친혼과 차이없고 축출이혼 근거로 악용 가능"
이날 A씨의 참고인으로 변론에 참석한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촌 이상 친족 사이의 자녀가 유전적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는 과학적 증거가 없어 현 법 조항은 금지 범위가 과도하다"며 "설령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해도 그런 자녀를 낳을지 말지는 부모가 스스로 감수할 일이며 국가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 또 과거와 달리 현재는 혼인과 출산을 분리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병 보유 가능성이 높은) 자녀 출산을 막겠다는 이유만으로 8촌 이내 혈족 혼인을 금지하는 것은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또 자녀 출산 가능성이 없으면 예외적으로 혼인을 허용할 수도 있는데 예외 조항이 없다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8촌 이내 혈족에 대한 결혼을 무효로 하려면 당사자들이 8촌 이내 혈족임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알기 어렵다"며 "호주제 기반이던 과거에는 재적등본 조회를 통해 비교적 쉽게 확인이 가능했지만 지금 이를 확인하려면 16명 이상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고 했다.
A씨측 대리인은 "8촌이내 혈족이기만 하면 혼인이 무효가 되는 현 규정은 축출이혼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고, 부당하게 상속권이 부정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각파 "근친혼 범주 최선의 중용 모색한 것...섣부른 위헌 판결 안돼"
반면 법무부 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서종희 건국대 법전원 교수는 "유전학적 이유는 근친혼을 금지하는 부수적인 이유에 불과하며, 국가별 근친혼 범주는 신분질서, 상속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정해진 것으로, 단순히 다른 나라의 금지 범위가 우리나라보다 좁다고 해서 우리가 그 내용을 따라가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근친혼 범주를 8촌 이내로 정한 것은 2005년 개정 당시 시대정신과 민법 777조를 참조한 것으로 이는 당시로써 최선의 중용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 관계 변화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입법 당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있다고 해서 대상 조항을 위헌으로 보는 것은 조심해야 하며, 이에 대한 논쟁은 입법기관에서 정리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측 대리인은 "오랜 시간 민법상 친족의 범위를 8촌 이내로 봐 왔고, 이에 대해 달리 문제제기가 없던 상황에서 근친혼 범위를 일치시킨 것은 입법재량 범위에 속하기 때문에 섣불리 위헌 판결을 내려서는 안되며, 따라서 청구인 A씨의 위헌소송은 기각돼야 한다"며 "외국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의 근친혼 범위를 문제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무효인 혼인이 외국에서도 무효라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6촌과 결혼해 혼인무효된 A씨가 헌법소원 내
이 사건 헌법소원을 낸 A씨는 6촌 관계의 B씨와 2016년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B씨는 A씨와 6촌 관계임을 이유로 혼인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혼인 무효 확인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가정법원에 항소하고 민법 제809조 제1항, 제815조 제2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항소 및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A씨는 2018년 2월 19일 위 법률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번 논의 내용을 토대로 민법 제809조 제1항 및 제815조 제2호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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