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는 상을 공식적으로 거절한 공인중개사협회가 연일 국토교통부와 날을 세우고 있다. 이번엔 최근 홍남기방지법으로 알려진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세입자가 의사를 번복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매매계약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여부를 중개사가 확인하도록 한 것)에 따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개사협회는 "매매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할지 여부를 확인할 권리가 자신들(중개사)에게 없다"면 반발하지만, 국토부는 그래도 공인중개사가 확인하라며, 확인이 안되면 "확인 안됐다고 쓰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중개사협회는 이같은 미봉책이 어디있냐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협회와 국토부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토부는 공인중개사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여부를 확인하지 못할 경우, "싸인 거부" "불응" "확인안됨" 등으로 표시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협회측에 전달했다.
앞서 홍남기부총리는 전세를 낀 의왕집을 팔려다가 세입자가 돌연 입장을 바꿔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새 매도인이 해당 의왕집에 거주할 수 없게 되자, 매매계약을 원활히 체결하기 위해 2000만원의 위로금을 주고 세입자를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세입자 '변심'을 막기 위해 국토부는 공인중개사에게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여부를 미리 알아보라는 이른바 '홍남기방지법'을 지난달 말 입법예고한 상태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확인하는 과정인데, 세입자가 불응했다고 하면 그게 법적 분쟁이 없어지는 것"이냐며 "지금도 세입자가 나갈 때 정말 집주인이 실거주하는거냐고 따지는데 그런 애매모호한 조항이 있으면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공인중개사도 매번 법정에 들락나락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안으로 공인중개사협회는 원래 집주인이 계약당사자인 기존 세입자에게 직접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여부를 확인시키도록 하는 안을 국토부에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새로 매수한 집주인의 실거주 권리가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보다 우선했다면 세입자의 의사 번복이 문제가 안됐을 것 아니냐며 법 해석이란 첫 단추를 잘못 뀄다고 지적한다. 김조영 법률사무소 국토 대표변호사는 "법리적으로 해석해보면 새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 거절 사유인 실거주를 목적으로 세입자의 계약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있게 하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