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참배이몽` 트럼프-바이든…불복·결집 vs 승리·동맹
입력 2020-11-12 10:51  | 수정 2020-11-19 11:36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각각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을 찾았다.
장소는 다르지만 이들은 미국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나란히 참배를 통해 전몰장병들의 희생을 기렸다.
하지만 패자와 승자로 위치가 달라져서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대선 불복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짐을 싸야 하는 상황에 몰렸고 바이든 당선인은 '새로운 미국'을 예고하며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위한 정권인수 절차에 들어갔다.

미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 묘지를 찾아 약 10여 분에 걸쳐 헌화와 묵념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는 대선 패배 이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심야에도 트윗을 날리며 부정선거 주장을 지속하는 한편, 7일 버지니아 스털링에 있는 자신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기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소식을 접했으며 이튿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골프를 쳤다.
이날 참배를 수행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물론 공화당 소속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나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사실상 거들면서 조직적 행보라는 평가를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위해 희생한 전몰장병들의 넋을 기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따른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 사태에 군 동원을 반대하고 공개적 항명을 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지난 9일 전격 해임했다.
또 이날 참배는 했지만 전몰 장병에 대한 인식 역시 좋지 못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018년 11월 프랑스 방문 당시 프랑스 땅에 묻힌 제 1차 세계대전 미군 전사자들을 '패배자' '호구'라고 언급했다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거센 논란이 제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를 부인했다.
반면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의 기념비를 찾은 바이든 당선인의 이날 참배 이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참전용사들에게 나는 여러분의 희생을 존경하고 봉사를 이해하며 국방을 위해 그렇게 용감하게 싸운 가치를 결코 배신하지 않는 최고사령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 및 전몰장병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았다. 전몰장병들에 대한 '패배자' 언급 논란으로 곤경에 처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참배는 또 자신이 이번 대선의 분명한 '승리자'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공고히 하기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이날 참배 장소로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을 택한 것도 주목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 한국 측에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면서 한미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의 이날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참배는 한미동맹 중시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훌륭한 코로나19 대응에 경의를 표하고 한국 방위비 공약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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