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전국민 지급 정부재난지원금, 외국인에 줄 근거 부족"…인권위, 차별진정 기각
입력 2020-11-12 10:15  | 수정 2020-11-19 12:47

정부가 올해 상반기 전국민에게 지급한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을 외국인에게도 지급해달라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가 기각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정부로서는 수천억원의 추가 소요비용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게 됐지만, 인권위는 '차별을 방관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이날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9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앞으로 제기된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시 외국인 차별'이라는 진정을 기각하기로 결론내렸다. 인권위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대상을 정하는 것은 정부의 재량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해 (관련 진정을) 기각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업이 1회성이며 정부의 시혜적 정책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여 사업 시행 주체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있다"며 "지방자치법 상 외국인 주민에게도 균등한 행정 혜택을 보장하여야 할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중앙정부의 행정과 관련해서는 외국인이 내국인과 동일한 혜택을 주장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이같은 재난지원금 지급시 대상에 난민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의견표명을 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외국인 지급대상에는 난민 등의 외국인이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난민법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등에서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난민을 포함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대상 외국인을 현재보다 더 넓은 범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5월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F2 비자 소유자들에게는 지급을 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진정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는 이후 다른 비자 외국인 진정이 추가로 접수됨에 따라 검토 대상을 외국인 전반으로 확대했다. 인권위는 당초 지난달 15일 차별시정위에서 인용·기각 여부를 결정하려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안건을 전원위로 넘겼다.
이번 기각 결정은 인권위가 지난 6월 서울시·경기도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외국인 주민에게도 지급하라"고 권고한 것과 대비된다. 지자체는 내·외국인 '주민'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할 법적 근거가 있는데 반해 국가로서는 국민과 외국인의 지위가 법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인권위는 앞서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와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외국인주민 또한 지자체 주민으로 지자체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와 그 지자체로부터 균등하게 행정의 혜택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방자치법은 '지자체 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자는 그 지자체 주민이 된다'고 명시했다.
인권위의 이번 기각 결정으로 정부로서는 수천억원이 소요될 수 있는 추가 지급을 검토해야 하는 부담을 덜었다. 정부는 앞서 지난 5~6월 전국민을 대상으로 가구 규모에 따라 40만~100만원을 지급했다. 다만 인권위 관계자는 "해당 진정 조사과정에서 재난지원금 외국인 추가 지급시 소요될 예산을 검토하지는 않았다"며 "예산 문제는 제도의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법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진정을 기각했지만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방기한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난지원금이 난민에게 지급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강은미 의원은 "난민의 경우 난민법 제30조 난민인정자의 처우 규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 8월 외국인 주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절차를 개시한 반면 경기도는 재원과 행정체계 등의 이유로 권고를 불수용 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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