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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만 기다렸는데~` 저축은행 연말 고금리 특판 예금 사라진다
입력 2020-11-12 10:04  | 수정 2020-11-19 10:06

연말이 다가오는 이맘때쯤 저축은행 고금리 특별판매 정기예금에 목돈을 맡겨 운영을 계획했다면 다소 실망이 크겠다. 11~12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런 특판성 예금을 올해부터는 주요 저축은행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왜 일까.
12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SBI, OK, JT친애, 페퍼, 유진, 웰컴, DB, 모아 등 주요 저축은행들은 연말 고금리 특판 예금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만 해도 저축은행들이 저금리 속 고금리 연말 특판 예금을 선보였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같은 변화는 유동성 규제에 업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만기 평탄화' 작업의 결과다. 업계는 연말 예금 만기 도래 집중으로 유동성 규제 비율 준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그간의 학습 효과로 만기 분산 작업을 꾸준히 실시했다. 업권의 유동성 규제 비율 관리 능력이 올라가면서 불필요한 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 조달 이슈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유동성 규제에 대응해 상품 운영에 있어서는 업계의 '회전식 정기예금'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12개월 단위로 금리가 변동된다. 예컨대 최초 가입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에 일정 수준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상품은 회전 주기인 1년 후 해당 시점 기준 정기예금 금리에 연 0.1%포인트 추가 금리가 적용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통상 만기는 3년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상품 가입 1년 후 고시 금리보다 금리를 더 받으며 자동으로 3년까지 연장할 수 있고, 회전 주기 시점에 중도해지를 해도 1년간의 금리는 보장되기 때문에 목돈을 유용하게 관리할 수 있다.
반대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특판에 따른 고객 모집 비용을 줄이는 한편, 특정 시점 예금 만기가 집중되는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저축은행은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한 금융위원회의 유동성 규제를 받고 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1개월)과 달리 3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 부채(예금 등)에 대해 유동성 자산(대출 등)을 10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저축은행은 향후 3개월 후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 등에 대비해 3개월 전부터 유동성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현 시점에서 앞으로 3개월치 유동성(수신)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때 예금을 유치해야 한다. 종종 저축은행권이 연말을 앞두고 고금리 특판 예금을 진행한 이유도 유동성 규제가 배경으로 작용한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의 퇴직연금 편입과 예금 유치 채널의 다양화도 연말 특판 예금 실종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퇴직연금 정기예금 유치와 모바일 기반의 'SB톡톡플러스' 등 비대면 자금 조달(예적금 가입) 채널 활성화가 그것이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현재 주요 시중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 25곳과 업무 협약을 맺고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지난 10월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별도 연말 특판 예금을 팔지 않아도 상품 자체가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높다보니 퇴직연금(정기예금) 유입이 꾸준하다. 퇴직연금 정기예금은 퇴직연금을 가입한 기업, 근로자 대상으로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상품이다. 지난 2018년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자산운용 편입 대상에 저축은행 상품을 포함시켰다. 다음달 저축은행은 오픈뱅킹 참여도 앞두고 있다.
예금을 받아도 마땅한 운용처(대출처)가 없는 점도 연말 특판 예금이 종적을 감춘 배경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일반예탁금 규모는 5조9165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3132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일반예탁금이 늘었다는 것은 개별 회원 저축은행 입장에서 볼때 예금을 받아 대출로 운용할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회원 저축은행들로부터 예탁금(지급준비+일반)을 받아 운용한다. 이중 일반예탁금은 쉽게 말해 운용처를 찾지 못해 회원사가 저축은행중앙회에 맡긴 자금이다.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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