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치·목동 학군에 5억원대 전세 없나요"
입력 2020-11-11 17:29  | 수정 2020-11-11 19:48
40대 중반인 김세윤 씨(가명)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어서 서울 대치동으로 전학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최근 전셋값을 본 뒤 한숨만 늘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5억~6억원대였던 전세금이 높게는 10억원까지 훌쩍 뛰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국제고 폐지 방안을 발표하면서 학군 지역이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그나마 가격이 저렴했던 학군지 낡은 아파트도 임대차법으로 전세금이 폭등하면서 '교육을 통한 사다리 올라타기'가 끊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씨는 "대전족(대치동 전세족)도 이제는 돈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자조했다.
11일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약 30평형)는 현재 9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불과 4개월 전 5억원대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새 무려 3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임대차법 영향으로 계약갱신청구 사례가 증가하면서 '4년치 전세'를 한꺼번에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재건축 규제 강화로 집주인 실거주 의무까지 생기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인근 대치쌍용1차 전용 96㎡ 역시 올해 상반기엔 5억원대에 구할 수 있던 전세 매물 호가가 10억원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올해 초만 해도 대치동 구축 아파트 전세는 30평형대 기준 5억원대였기 때문에 자기자본 1억~2억원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입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세금이 9억~10억원까지 치솟으면서 전세자금 대출한도가 5억원인 만큼 자기자본이 최소 5억원은 필요해졌다. 대치동 구축은 지은 지 40년가량 돼서 녹물이 나오는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한 데도 불구하고 자녀 학군을 바라보고 입주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처럼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감수하는 것조차 이제 서민들에게는 사치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서울 시내 다른 학군지인 목동·중계동도 마찬가지다.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는 대표적인 목동 학군 아파트인데 5억~6억원이던 20~30평형대 전세금이 3개월 만에 7억5000만~10억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목동 강서고 인근 투룸·스리룸 빌라 전세에 대한 계약 문의도 종종 이어지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있지만 빌라 자체도 세입자 계약갱신청구 등으로 인해 매물이 거의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3대 학군 중 하나인 중계 학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계 학군 대장주로 꼽히는 중계청구3차 전용 84㎡는 최근 3개월 새 전세금이 5억5000만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3억원가량 치솟았다. 대치동·목동과 차이가 별로 없는 수준이다. 물론 30평형대 인근 아파트 중 6억~7억원대 매물이 있긴 하지만 이 단지도 대부분 전세금이 올 초 대비 2억원 정도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2025년 3월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 방안을 발표했다. 고교 서열화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인데, 현재 초등학교 5학년부터 영향을 받게 된다. 보통 학군지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가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강남·목동·중계동 학군지에 대한 전세 수요가 예상된다.
학군지 내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중학교 학부모들도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2년은 어떻게든 낮은 전세금으로 버틸 수 있지만 앞으로 2년 후엔 지금보다 최소 2억~4억원가량을 더 높여 집주인에게 줘야 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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