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보험회사가 미성년자나 취약계층에 보험금을 선지급한 뒤 회수하기 위한 구상권 청구를 사실상 못하게 된다.
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한 소송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안을 발표했다. 올해 초 한 보험사가 고아가 된 초등학생을 상대로 수천만원 규모의 구상권 소송을 내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해 재발방지를 위해서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먼저 지급한 뒤 책임 소재를 가려 구상권을 청구해오곤 했다. 앞으로는 미성년자나 취약계층을 상대로 보험사들이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났음에도 구상권을 청구할 경우 소송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만 해 사실상 소 제기가 어려워진다.
소송관리위원회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 소송이 적절한지 심의하기 위한 기구로 내부 임직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돼 내규에 따라 운영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상권 청구소송은 소송관리위원회 심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바뀐 안에 따라 앞으로 소송관리위원회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 소비자가 소송무능력자(미성년자, 한정·금치산자)이거나 경제적 취약계층인지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정부는 또 위원회 심의 후 보험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제기 여부를 최종 결정할 때 임원 이상이 결재하고, 준법감시인의 협의 등을 거치도록 해 소송의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하게 할 계획이다. 소송과 관련해 보험사가 공시해야 할 범위도 확대된다. 정부는 앞으로 반기별로 협회 홈페이지에 게재할 보험사별 비교·공시 범위를 소송관리위원회 개최 및 소송심의 건수, 심의 결과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소송제기 건수, 보험금 청구건 대비 소송제기 비율 등을 공시했다. 아울러 보험사가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에 앞장설 수 있도록 개별 보험사의 모범사례를 공유할 방침이다.
[김유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