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정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들에겐 중대한 도전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선 결과에 대한 선동과 언어폭력, 가짜뉴스를 막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만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들이 퍼지고, 이를 막지 못할 경우 이들은 치명적인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대응결과는 어땠을까?
선거결과 예단하는 포스팅 철저히 삭제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트럼프와 그의 선거참모들이 올리는 글에 끊임없이 '숨김처리'와 '주의' 경고를 붙였다. 선거 결과를 예단한다거나, 자신의 지지자에게 선동을 요구하는 글을 주로 차단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따르면 수많은 비밀 투표함들이 버려지고 있다"라고 하기도 했고, "사기극(Fraud)을 멈추라"며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위터는 이들을 모두 차단시켰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리는 글 대부분 바로 밑에 '아직 선거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라는 참조문을 붙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페이스북은 트럼프 바이든 두 후보진영 뿐만 아니라, 섣부르게 선거결과를 발표하는 사람들의 글에 모조리 이런 참조문을 붙였다. 개표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트럼프 지지자 그룹인 '스톱더스틸' (추가적인 개표를 막는 운동)을 아예 폐쇄해 버렸다. 이 페이스북 그룹에는 모두 36만명이 가입돼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들이 가짜뉴스와 폭력선동의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현지 IT매체 더버지는 트위터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확산시키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았지만, 페이스북은 이를 막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근거없는 글을 공유하는 기능을 트위터는 차단했지만, 페이스북은 차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퍼다 나르는 선동과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버즈피드는 페이스북은 라이브 기능을 통해 선거와 관련된 음모론을 막기는 커녕 되려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했다고 꼬집었다.
실리콘밸리 소셜미디어 앞에 놓인 숙제 '신뢰'
대선 이후 미국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역할론에 대한 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주류 언론의 미움을 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정책들을 직접 시민들에게 전달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분열은 커졌다. 민주당은 특히 이 과정에서 적절한 통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소셜미디어를 대상으로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사회에 신뢰를 자리잡게 하는 것보다 회사의 이익을 챙기는 것에 우선이었다는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은행들이 가졌던 거대한 탐욕과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공화당 역시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검열한 것이 옳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은 지난 10월 28일 소셜미디어 청문회에서 잭 도어시 트위터 창업자에게 "트위터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검열할 권한을 준 유권자들은 누구인가"라고 호통을 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급기야 소셜미디어를 보호해 왔던 정책인 '섹션230'(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글에 대한 면책특권)을 없앨 것이라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학과 데이비드 케네디 교수는 최근 열린 학내 세미나에서 현 상황을 '신뢰의 위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관은 1위가 군대이며, 소셜미디어는 신문 TV 등에 비해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쿠테타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미국의 사회적 신뢰는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어떻게 소셜미디어 개혁을 통한 사회적 신뢰 구축에 나설지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검찰·법무부·공정위 등의 수사를 통해 페이스북 구글 등에 대한 견제를 가하는 방법과 반독점법 개정을 통해 그들의 힘을 빼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섹션230을 개정하여 각 회사 플랫폼에 올라오는 글들에 대해 각 회사가 법적책임을 지게끔 하는 방법도 유력한 흐름 중 하나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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