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2심(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의 판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시연을 봤다는 것은 확인이 됐으니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경수-김어준-추미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그(김경수 지사)가 형을 받는 데에 크게 공로한 분이 김어준 씨와 추미애 장관님"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같은날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김 지사에 대한 보석 결정을 취소하지 않아 법정 구속은 면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다.
이에 진 전 교수는 "그쪽 사람들 얘기가 하나같이 김경수 씨는 '착한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 왜 쓸 데 없는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요"라면서 "당시 어차피 대세는 문재인이었고 굳이 무리할 필요 없었는데. 아마 문재인의 당선에 자기도 기여하고 싶었나 보죠. 숟가락 얹으려다 벌어진 사고"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무튼 그가 형을 받는 데에 크게 공로한 분이 둘 계신다. 한 분은 방송까지 동원해 문제의 의혹을 제기한 김어준 씨"라면서 "그의 음모론적 상상이 가끔은 현실로 밝혀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밝혀진 현실은 그의 상상을 물구나무 세운 것이었다는 데에 있다"고 비꼬았다.
이어 "다른 한 분은 역시 추미애 장관"이라며 "(추 장관이)당시 민주당 대표였는데 김어준의 음모론적 상상을 가볍게 웃어 넘겼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이분도 평소에 음모론을 굉장히 신뢰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김어준 말을 믿고 수사를 의뢰했다가 이 사달이 난 거죠"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 나라 대통령은 유시민, 김어준"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종종 김어준의 방송에 기초해서 질의를 하잖아요. 그가 깔아주는 프레임 위에서 노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의 워딩까지도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한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지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저로써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고,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맹성규 기자 sgmaeng@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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