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금융사 직원 뒷돈 수수 약속만 해도 가중처벌…헌재 `합헌`
입력 2020-11-06 14:14 
헌법재판소 전경 [이승환 기자]

금융회사 직원이 대가성 금품을 받기로 약속만 해도 실제 받은 것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대출을 해주는 대신 뒷돈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금융사 직원 A씨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다수인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정족수(6명)에 미달해 합한 결정이 내려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뒷돈을 받거나 약속한 경우 기본적으로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최소 징역 5년,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면 최소 징역 7년, 1억원 이상이면 최소 징역 10년에서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금융사 직원 A씨는 B씨에게 18억원을 대출해주는 대가로 본인 소유 땅을 시가보다 약 8000만원 더 비싸게 팔기로 약속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도중 금품수수의 약속을 '수수'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 법 조항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금품수수 약속을 처벌하는 것은 금융사 직원의 청렴성에 대한 침해가 이미 현저히 이뤄졌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며 "금품수수 약속이 금품을 수수한 것에 비해 불법의 크기나 책임이 작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품 요구·수수·약속을 동일한 기준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5명의 재판관은 "파산관재인·공인회계사 등 공공성이 강한 다른 직무의 금품 약속 관련 범죄의 구성요건이나 법정형과 비교할 때 금융사 직원의 처벌조항은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또 "금융사 직원의 업무가 다양화돼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이 법률 조항은 약속한 금액을 기준으로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7년 이상으로 높임으로써 법관의 양형재량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형벌 간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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