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기울어져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불복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증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전략에 대한 현실성이 높지 않아 시장이 심각한 리스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6일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번주 들어 6% 넘게 올랐다. 주초 2260선에서 출발한 지수는 2400선을 훌쩍 넘어섰다.
올 한해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미국 대선에서 당선자 확정 지연,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시나리오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측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대통령 선거 후 사흘이 지나도록 개표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고 열세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에서 선거가 끝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불복을 시사했다.
그러나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저항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개표가 마무리되지 못한 6개주 가운데 바이든 후보가 앞서가고 있는 애리조나와 네바다주에서만 승리를 확정해도 펜실베니아, 조지아 등에서의 소송은 무의미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미시간, 조지아 등의 지방법원은 트럼프 캠프의 개표중단 소송을 기각했다. 대선 결과가 지연되고는 있지만 확률로는 바이든 후보쪽으로 크게 기울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시장은 대선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면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트럼프 캠프측에서 계속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법부에 의해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는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소송을 계속 이어가기에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예상을 깨고 상원에서 공화당의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바이든의 대표 공약인 법인세 인상 리스크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대선 이후 주가 강세를 설명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불복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법원 판결을 통해 선거 결과가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라면서 "민주당 주도로 경기부양책이 추진될 경우 부양책 규모가 클 수 있다는 점과 공화당이 상원을 통해 민주당의 정책 독주를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함께 가지며 주식시장은 안도랠리를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반된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리스크가 시장에 아직 반영되고 있지 않은 상황으로 향후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불복 선언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2000년 제43대 대선에서 선거 후 대통령 선출 확정까지 35일간 걸렸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35일간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4.2%, -14.2% 하락했는데, 이러한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제46대 대통령 선출 확정시까지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의 불복 리스크는 증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당선인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이외에도 해당 기간 동안의 정책 공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충격도 누적됐기 때문에 정치 불안과 정책 공백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득관 기자 kd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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