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아 국제 사회의 비아냥과 놀림을 받던 아프리카도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혼란에 기겁을 하고 있다. 선거 불복과 쿠데타가 일상인 아프리카 국가의 시민들은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여겨졌던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몽니를 부리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있는 것이다.
짐바브웨 집권당(ZANU-PF)의 패트릭 시나마사 대변인은 AP통신에 "우리는 이전 노예 주인들에게서 민주주의를 배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셰후 사니 의원은 "아프리카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배우곤 했다. 이제 아메리카는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고 트윗에서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아프리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도 안 나왔는데 승리를 선언하고, 개표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는 행태를 자국 지도자들이 따라할까봐 걱정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니에서 자동차 부품 딜러를 하고 있는 모리 케이타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가 아프리카와 우리같은 나라에 나쁜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니 대선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논란 끝에 3선에 성공한 후로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탄자니아에서 판매직에 종사하는 한 시민은 로이터통신에 "미국에서 아프리카 정치를 보는 것이 끔찍하다"고 전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기니와 탄자니아의 민주주의 상황을 비판한 바 있다.
그나마 대규모 유혈 폭력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코트디부아르의 한 교사는 미국 대선에 대해 "평온하고 폭력이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최근 치러진 대선에서 알라산 우아타라 대통령이 94.27%의 득표율로 3연임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 충돌이 벌어져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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