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 의원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직후 행태마저 정확하게 내다보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샌더스 상원 의원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에 패배하고는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어차피 민주당 소속이고 트럼프 대통령과는 상극이니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는 지난달 23일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 출연해 미국 대선을 예측한다.
그는 대통령 선거 당일 밤 트럼프가 TV에 나와 이렇게 말할 걸로 예상했다. "미국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를 또다시 대통령에 뽑아주셨습니다. 선거는 끝났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실제로 트럼프는 선거 당일 밤 TV에 나와 "크게 이기고 있다"라며 선거 승리를 조기에 선언했다.
샌더스는 어떻게 트럼프의 행동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는 지미 팰런에게 이렇게 말했다. "(개표가 시작되면) 트럼프는 (경합주인) 미시간주에서 이기고 있겠죠.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이기고요. 위스콘신주에서도 이기고 있을 겁니다." 이들 3개 주는 이번 선거 최대의 격전지. 그 3곳의 선거인단을 가져가면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될 게 확실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선거 이튿날부터 상황이 역전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 3개 주에서 바이든이 이긴 것으로 결판나는 겁니다." 실제 상황의 그의 예측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에서는 초반 개표에서 바이든이 15% 이상 열세였으나 뒤집기에 성공했다. 미시간주에서는 3% 포인트 차이로, 위스콘신주에서는 0.6% 포인트 차로 바이든이 신승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트럼프가 초반 개표에서는 20% 포인트 이상 앞섰으나 93% 개표된 지금 그 차이가 1.1% 포인트에 불과하다. 바이든이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샌더스는 어떤 이유로 경합주에서 바이든의 최종 승리를 예상했을까. 샌더스는 지미 팰런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 등은 엄청나게 많은 우편투표가 있을 겁니다. 그 주들은 수백만 표의 우편투표를 처리해야 하는 거죠. (중략) 이유가 무엇이든 민주당 지지자들은 우편투표를 선호합니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하는 걸 좋아하죠. 그런데 처음 개표되는 표들은 선거일 당일 투표한 표들이 되겠죠. 공화당 지지자들 표인 거죠." 결국 초반 개표에는 트럼프가 이기겠지만, 우편투표 결과가 나오면 결국 바이든이 이길 거라는 얘기였다.
문제는 트럼프가 그 같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거라는 것. 샌더스 역시 이를 정확하게 예상했다. "트럼프는 이렇게 얘기하겠죠. '봤지? 내가 모든 게 사기라고 말했지. 우편투표는 왜곡돼 있어."
샌더스의 이 같은 예측 역시 정확했다. 트럼프는 5일 오전(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는 "합법적 투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지 않는 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선거 과정이 대법원에서 끝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우편 투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측은 이미 최대 격전지인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소송을 냈다. 패배가 확정된 위스콘신주에서는 완전 재개표를, 근소한 우세를 보이던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개표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샌더스의 선거 예측은 족집게처럼 정확했으나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불행이다. 선거로 당선자를 가릴 수 없다는 건 민주주의가 절벽에 섰다는 뜻이다. 우편투표를 포함해 모든 표를 개표한 결과에서는 바이든이 승리했는데도, 만약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서 트럼프 손을 들어줄 경우 미국은 두 쪽 날 게 확실하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른바 블루 주와 공화당 지지의 레드 주는 사실상 두 나라로 쪼개질 것이다. 대법원에서 바이든 승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트럼프가 남긴 유산은 두고두고 미국 민주주의에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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