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늘부터 달린다] 올바른 달리기의 기본은 `눈치코치`
입력 2020-11-05 19:18 

걷다가 속도를 높이면 두 발이 자연스럽게 지면과 떨어진다. 걷기에 벅찬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동작이 달리기다. 운동 속도와 착지 동작 외에는 걷는 자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달려보자.
다만 달리기에 적합한 시선 처리와 호흡법을 알고 실행해야 효과가 커진다. 자신의 눈, 코, 입 등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정확한 자세를 눈여겨본 뒤 따라하는 '눈치코치'가 필요하다.
■ 바람직한 달리기 자세
두 번 들이마시고 두 번 내쉬는 호흡이 장거리 달리기의 기본 호흡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산소소모량과 심장이나 폐 용량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코와 입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양의 산소를 길게 흡입하고 빠른 속도로 내쉬는 것이 좋다. 들숨과 날숨이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많은 산소 교환이 일어나도록 호흡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최대한 많이 들이마시고 많이 내쉴 수 있는 호흡이 달리기의 중요 호흡법이다.

모든 운동은 시선 처리가 중요하다. 시선을 중요시하는 운동은 정확하게 목표를 향하도록 움직이게 하고 외부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면서 좋은 자세와 균형을 갖도록 도움을 준다.
너무 멀리 보면 눈이 피로해질 수 있고 너무 가까이 봐도 목 부위나 척추기립근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턱을 가슴 쪽으로 잡아당기며 호흡하기 편한 자세로 전방 10~20m 앞을 주시하는 것이 좋다.
몸체(척추)는 전체적으로 곧게 펴는 것이 좋고, 앞으로 살짝 5도 정도 기울여도 괜찮다. 등이나 어깨를 구부리거나 상체에 너무 힘을 줘서 근육이 긴장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걷기와 마찬가지로 복근과 등 기립근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척추를 바로 세우는 것이 좋다.
달리기 동작에서는 고관절 굴곡 운동 범위가 중요하다. 고관절 굴곡 범위가 크게 나오려면 척추는 반드시 바로 서야 한다.
앞으로 너무 기울어진 척추는 고관절 굴곡 운동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달릴 때 앞쪽 다리의 동작 범위가 줄어들고, 뒤쪽으로 발을 차는 동작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팔 모양은 옆에서 보았을 때 엘자(L) 또는 브이자(V) 형태를 유지하는데, 가능하면 90도 각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손은 달걀을 하나 쥐고 있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파지한다.
상체는 늘 긴장을 풀고 힘을 과하게 주지 않으면서 가볍게 흔드는 동작이 좋다. 가슴 중앙부를 향하여 허리에서 어깨높이까지 자연스럽게 흔들고, 머리 위에서 내려다볼 때 뒤집혀진 완만한 브이자(V) 형태로 팔을 움직인다.
과도한 팔 동작은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고 어깨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졌거나 막판에 스퍼트를 낼 때는 인위적으로 팔을 세게 흔들어 추진력을 얻기도 한다.
보폭이란 착지 시 앞발에서 뒷발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달리기 주법에는 보폭을 넓혀서 성큼성큼 걷는 스트라이드 주법과 보폭을 줄이고 발이 움직이는 빈도를 높이는 피치주법이 있다.
나이지리아나 케냐 선수 혹은 엘리트 프로급 선수 같은 경우 보폭이 크고 보속도 빠르다. 하지만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은 욕심을 내면 안 된다.
보폭이 크면 체중의 중심점에서 착지하는 발이 멀어져 달리기 부상이 많아진다. 그래서 처음에서는 보폭을 줄이고 보속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보속은 1분 동안 한쪽을 기준으로 몇 번 반복해서 착지했는지 계산한다. 1분 동안 오른발이 80번 착지를 했다면 보속은 80회다.
자신이 한 발 기준으로 몇 번을 착지했는지를 세어보고 점진적으로 늘려나가 90~100 정도의 보속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면 진행 방향으로 에너지를 쏟는 것이 아니라 뛰어오르는 데 힘을 다 쓰는 경우가 많다.
100m 달리기나 농구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토끼처럼 깡충깡충 높이 뛰는 데 체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오랜 시간 지속해서 달려야 하므로 최대한 지면에서 가까워야 한다.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신발이 살짝살짝 끌릴 정도로 지면과 가깝게 발동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무릎을 너무 많이 들어 올리지 말고 탄력적으로 튀어 오르는 동작을 조심해야 한다. 착지 시에도 무릎은 쫙 펴서 충격을 직접 받는 것보다 약간 구부려서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발은 안짱다리나 팔자걸음이 아닌, 자신의 어깨너비 정도로 11자 모양이 되는 것이 좋다.
라인을 일직선으로 그어놓고 한 줄에 맞춰 착지하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이는 과도한 고관절 내전, 장경대 인대의 긴장, 족부의 과회내 변형을 일으켜 달리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착지할 때 뒤꿈치로 하느냐(힐착지), 발바닥 전체로 착지를 하느냐(미드풋), 발의 앞쪽으로 착지를 할 것이냐(포어풋)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미드풋이나 포어풋 착지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가 신발을 신고 쿠션에 의존하여 보행하다 보니 신체의 모든 근육이 신발 쿠션을 사용하는 뒤꿈치 착지에 적합하도록 발달했다.
아프리카 케냐, 멕시코 타마후라 부족처럼 지금도 맨발로 달리는 사람들에겐 맨발 착지에 맞는 포어풋이나 미드풋에 적합한 근육이 어려서부터 강하게 성장해왔다.
자신의 달리기에 최적화된 근육이 있는데 다른 근육을 처음부터 무리하게 강요하다 보면 달리기 부상을 직면하게 된다.
유소년 달리기 선수로 성장하는 코스를 밟지 않는다면 지금 하는 착지에서 급격한 변화를 피하는 것보다 서서히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한 가지 공통된 점이 있다면 어느 착지건 간에 고양이가 뛰어내리듯이 부드럽고 가볍게, 충격이 없도록 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어디서 뛸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 달리기다.
도심 한복판이건, 운동장이건, 한강변이건, 해변 모래사장이든, 뒷산이든 달리는 데 장소 제한은 없다. 달리기가 좋아질 때까지는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이곳저곳 많이 달려보는 것이 좋다.
물론 최적화된 환경은 좌우가 평평하고 경사가 거의 없는 일직선 우레탄 포장 노면이다. 가장 비슷한 환경으로 육상경기가 열리는 트랙이 추천된다.
하지만 이 역시 한쪽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뛰게 되면 좌우 밸런스가 깨지면서 바깥쪽으로 도는 하체에 장경대 마찰 증후군이나 경골 과로성 골막염이 생기기도 한다. 장소를 고르기보다는 달리는 습관을 먼저 갖는 것이 먼저다.
빠르게 걷기가 가능해지면 달리기가 수월해진다. 달리기는 걷기와는 다르게 착지 시 몸에 받는 압력이 최대 3배에서 8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러한 압력을 너무 겁낼 필요는 없지만, 늘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어야 한다.
압력에 신경 쓰지 않고 너무 열심히 달리다가는 달리기 부상과 연결되기도 한다. 달리기를 시작하며 너무 갑자기 속도를 올리거나 거리를 한 번에 확 늘릴 때 부상이 생긴다.
아마추어 러너에게는 부상 없는 행복한 달리기가 가장 큰 목표다.
이를 위해 처음에는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가장 여유로운 페이스로 달릴 수 있는 거리만큼만 뛰어주는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천천히 뛰기 시작했는데 한 2킬로 지점을 가니 숨도 차고 어딘가 힘들어 못 뛸 것 같으면, 그 지점에서 바로 멈추고 천천히 다시 출발지로 걷는 훈련을 한다.
다음 운동 때는 힘들었던 그 지점(2km)보다 단 몇 m라도 더 가도록 노력하면 된다. 이렇게 일주일마다 처음 달렸던 최대거리에서 10% 정도씩 늘려가고, 일주일에 최소 3회에서 5회까지, 한 번에 30분 이상 운동하는 것이 좋다.
달리기 자세에 최적은 있어도 정답은 없다. 개인마다 신장, 다리 길이, 관절의 유연성, 운동 범위, 근육 강도, 밸런스, 유전적 성향 등에 따라 각자 변형된 모습으로 최적화해 달리게 돼 있다.
앞서 설명한 걷기 자세와 달리기 자세는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들과 달리기를 하고 있어도 아직은 많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내용이다.
이미 달리기 경험이 많거나 엘리트 선수라면 골프선수가 자신만의 스윙 폼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자신만의 러닝 스타일이 있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리듬과 자세, 자신의 주 동력 근육을 찾아 가장 자유롭고 부드러운 러닝 폼을 갖는 것은 모든 러너에게 부여된 숙제다.
※ 고려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 및 전공의를 수료했다. 대한 스포츠의학회 분과전문의, 고려대 외래교수, 성균관의대 외래부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남정형외과 원장이다.
아이스하키, 골프 등 운동 마니아였던 그는 목 디스크를 이겨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보란 듯이 목 디스크를 이겨냈다. 그 이후로 달리기에 빠져 지금은 철인 3종경기까지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 / 정리=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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