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 현실화에 "청약 자격 뺏길라"소형저가주택 소유주들 `화들짝`
입력 2020-11-05 16:06 
서울 은평구 빌라촌 전경 [매경DB]

#경기도 파주에 사는 A씨는 최근 보유중인 소형저가주택을 팔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 현재 이 주택의 공시지가는 1억2600만원인데, 내년 공시지가 인상분을 고려하면 무주택 기준인 1억300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A씨는 "한번 공시지가가 올라가면 다시는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매도를 결심했다"며 "청약이 꼭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떨어지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까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향후 10년간 시세 9억원 이하 공동주택도 시세의 90%까지 공시 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소형저가주택에서 거주하며 청약을 꿈꾸던 일부 집주인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공시 가격이 올라 무주택 기준 금액이 넘어가면 청약 가점 계산시 무주택자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로 저가 소형 아파트 소유자들은 청약 자격이 박탈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전용 60㎡이하, 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1억3000만원 이하(비수도권 8000만원 이하) 소유자가 민영주택을 청약할 경우 무주택자로 간주하고 있다. 생애최초 특공 자격은 없지만 민영주택 일반공급 신청시 무주택 혜택을 받는다.
지난 8년간 청약 당첨을 위해 소형저가주택에서 버티던 A씨 역시 무주택 기간이 8년 이상으로 18점의 청약 가점을 받는다. 하지만 내년 공동주택가격 공시일에 보유 중인 소형저가주택의 공시지가가 1억 3000만원이 넘게 되면 유주택자로 인정된다. 그가 소형저가주택에서 버티며 쌓아온 무주택자 청약 가점 역시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A씨는 "당장 현금이 없어서 주택을 매도하게 되면 월세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축 아파트에 살고 싶은 의지가 강해 청약 가점을 선택하는 방향을 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소형아파트 매매는 최근들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월 전국 60㎡이하 소형아파트 매매는 1만8597건으로 전체 거래에서 40.4%를 차지했다. 비중은 전년 동월 대비 4.1%포인트 급등했고, 전달보다도 1.9%포인트 증가했다.
종전 7000만원 이하 소형저가주택에 대한 무주택자 인정 기준은 2015년 조정됐다.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기준은 2015년 이후 5년째 그대로다.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논하면서 시세의 오름폭을 공시지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무주택자 인정 기준은 시세 반영이 안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에 발맞춰 소형 저가주택 기준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거에 일시적으로 40㎡이하, 수도권 3억원, 지방 1억원 이하 주택은 무주택자로 간주하고 세금 등 혜택을 준 적이 있다"며 "소형 저가주택의 1주택자도 무주택자처럼 청약을 할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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