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인 자크 아탈리 아탈리앤드아소시에(A&A) 대표가 한국의 주 52시간 근무제와 높은 법인세율이 서울이 금융허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여해 기조연설자로 나선 아탈리 대표는 "주52시간 근무제는 한국에만 있는 규제고, 법인세 최고세율도 싱가포르(17%), 홍콩(16.5%)과 비교해 한국(25%)이 지나치게 높아 금융회사들이 서울로 올 이유를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아탈리 대표는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설립을 주도해 초대 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외국계 금융회사가 한국에서 시장 철수를 고려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아탈리 대표는 "푸르덴셜생명이 매각된 것처럼 일부 주요 외국기업들이 시장 철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한국은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금융사) 수익이 감소하는 것은 세금과 규제, 관료제 등 한국의 시스템이 투자수익을 낮추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아탈리 대표는 최근 국제정세 변화가 서울이 금융허브로 발돋움하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콩이 쇠퇴하는 한 서울이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홍콩이 중국 본토에 흡수된다면 서울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회이고, 금융 주체들이 서울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내에 금융센터가 없다면 다른 국가에 금융을 의존해야만 하고, 그만큼 위험부담을 안게 된다"며 "금융 활동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와 세금을 줄여서 새로운 기업이 나오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행사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시기와 관련해 "증권사에 대한 제재심에 이어 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며 "가능하면 12월중에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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