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수능 직전에 코로나 걸리면 큰일난다면서 학교와 학원 앞에 차량을 세워두고 대기하며 제 통학을 도와주고 계세요."
서울 북아현동에 사는 18살 최 모양은 요즘 부모님의 자가용 외에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이동하는 일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될 경우 여태껏 쌓아 온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최 양은 "안경점 2곳을 운영하시던 아버지께서도 수능 준비에 지장이 갈까봐 번화가에 있는 2호점 영업은 중단하셨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3일 실시되는 2021학년도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국의 수험생과 가족들이 코로나19 노출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처음 치러지는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도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경기 화성시 남양읍 주민 18살 안 모양은 그동안 집 근처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공부해왔지만, 지난달부터 방문을 모두 중단했습니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부모님의 차를 타고 집과 학교만 오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안 양은 "집에서 공부하다 보면 집중이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지금은 건강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가족들도 수험생을 배려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뒤에도 다중 밀집시설 이용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름대로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학원 강사나 고3 학생 가운데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꾸준히 들려 걱정"이라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시험 당일 단순한 감기나 컨디션 저하로 인해 고열, 인후통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유증상자로 분류돼 별도의 시험장에서 응시해야 하는 만큼 수험생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재수생 20살 이 모 씨는 "설령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더라도 수능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유증상자로 분류되면 시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며 "며칠 전 면역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비타민D 주사까지 맞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작년에는 수능 직전까지 성적을 올리는 데만 집중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건강 관리에 들이는 정성이 훨씬 커졌다"고 전했습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전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특히 방역에 유의해야 한다"며 "학습 공간을 수시로 환기하고 도서관이나 카페 등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공부하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