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반대로 가는 한·미 증시 `바이든 테마주` 대북주도 흔들…`바이든 당선 vs 블루웨이브 패배`
입력 2020-11-05 11:12  | 수정 2020-11-06 12:06

전세계 투자자들의 눈길을 한 데 끌어모은 미국 대선·의회 동시선거 개표 작업이 진행되면서 '바이든 테마주'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와 미국 뉴욕 증시가 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개장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바이든 테마주로 꼽힌 분야 주가가 급락한 반면 5일 개장한 한국증시에서는 오히려 급등해 눈길을 쓴다. 이른바 바이든 테마주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우선 공약으로 내건 친환경 신에너지·대마초 주식 등을 말한다
5일 오전 한국증시 개장 초반 가장 눈길을 끈 건 한국판 '바이든 테마주'로꼽힌 한화솔루션과 '대북주' 대동스틸·현대로템·빅텍이다. 특히 한화솔루션 주가는 전날보다 7%이상 뛰어 거래되면서 4일(-8.86%) 급락세와 달리 눈에 띄는 출렁임을 보였다. 바이든 후보 소식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분위기다. 우리시간 기준 4일에는 바이든 후보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뒤쳐지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한화솔루션 주가에도 먹구름이 드리웠었다.
대북주 움직임도 만만치 않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5일 오전 장 초반 대동스틸과 현대로템 주가는 3%를 넘나드는 낙폭을 그었다. '대북 협력 사업 수혜주'인 대동스틸과 현대로템은 전날인 4일에는 각각 3.38%, 3.58%뛰었는데 날이 바뀌면서 바이든 후보 선전 소식이 나오자 전날 상승분을 반납할 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바이든 후보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북한에 대해 덜 유화적이라고 평가되는 인물이다. 이때문에 '대북 방산주'로 분류되는 빅텍 주가는 5일 오전 3%넘는 상승세로 거래를 이으면서 반대로 전날 낙폭(-4.76%)을 만회하려는 정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증시와 뉴욕증시도 기류가 반대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뉴욕증시는 바이든 후보 역전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개장했음에도 블루웨이브(민주당의 상·하원 다수석 점유) 패색이 짙어지면서 '바이든 테마주'로 꼽힌 신에너지·대마초 관련 주식이 급락한 반면 하락 전망이 나왔던 IT공룡 등 기술주는 오히려 급등세를 보였다. 5일 오전 한국증시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기술기업 주가가 2%가까이 떨어진 것과 기류가 다르다.
4일 뉴욕증시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3.85%올라 거래를 마쳤다. 이는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2.20%)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34%), '중소형주 중심' 러셀2000지수(0.049%)보다 두드러진 상승폭이다.
에버코어 ISI의 롭 매닝 거래책임자는 "4일 하루 동안 헤지펀드 상당수가 IT기술부문과 통신, 심지어 의료 부문 주식을 사들였는 바 이들이 지난 주에 기술주를 순 매도하고 금융·콘택트·부동산 부문 주식을 사들였던 것과 매수 방향이 정 반대"라고 분석했다. 최근 민주당 블루웨이브가 일어나는 경우 대기업 독점 견제·법인세 인상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악재 예상 속에 빠르게 하락세를 보인 IT공룡 MAGA(마이크로소프트 4.82%·애플 4.08%·구글 알파벳 6.09%·아마존 6.32%)와 페이스북(8.32%)등은 이날 하루 새 급등세를 자랑했다. 이들 기술주는 이번 주 들어 상승세를 잇고 있다.
최근 'AMD발 폭락사건'이 벌어진 미국 반도체 간판주들도 4일 주가가 대폭 올랐다. AMD(6.23%)와 엔비디아(5.95%)를 비롯해 반도체 최대 ETF인 반에크반도체ETF도 하루 새 3.67%올랐다. 이날 잘 마감 후 3분기(7~9월) 호실적을 발표한 퀄컴은 본 거래에서 2.81%오른 후 실적 발표 영향으로 마감 후 거래에서 12.89%급등해 추가 상승을 예고했다.

반면 '바이든 수혜주'로 꼽힌 친환경 신에너지 분야에서는 블룸에너지(-4.96%)와 플러그파워(-2.01%), 넥스테라에너지(-3.55%) 주가가 떨어지고 대마초 관련 주식인 캐노피그로스(-7.28%)와 오로라캐너비스(-9.35%)는 급락했다. 블루웨이브가 실패하면서 민주당 주요 정책이 상원에서 가로막힐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5일 아시아 선물시장에서 뉴욕증시 3대 대표지수인 나스닥·S&P500·다우존스30 선물은 -0.4~+0.6%를 오가면서 혼조세다. 앞으로 뉴욕증시 흐름에 대해 에버코어ISI의 데니스 드부쉐 전랙가는 4일 고객 메모를 통해 "바이든이 가까스로 이기든 트럼프가 재선되든 주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스트랫 글로벌의 탐 리 설립자도 "최근 3주간 투자자들이 매수 파업에 나섰지만 이제 돈이 시장으로 다시 돌어가고 있으며 매수세는 더 커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냈다.
뉴욕증시는 통상 10월 이후 연말 랠리에 접어든다. 트럼프 대통령 측의 개표 중단 소송 등 정치 혼란에도 불구하고 연말 뉴욕증시가 상승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그간 꾸준히 나왔다. 4일 CNN은 지난 9월 바이든 선거캠프가 7월 기부금 분석한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아마존·페북·구글 알파벳 직원들이 기부금을 트럼프 캠프에 낸 것보다 3배 많이 냈다"면서 "기술 대기업들도 법인세 감면을 해준 트럼프보다는 예측 가능한 정책을 낼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후보가 통신 사업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이민에 관대한 것이 IT업계 입장에서는 더 선호할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기술주 위주 매수세가 두드러진 데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다양하다. 트루이스트/선트러스트 자문의 케이트 러너 최고 전략가는 "기술주 집중 매수는 또 다른 위기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의 플레이북(전략서)이 작동한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을 때 방어적으로 기술주를 매수한다"면서 증시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매닝 거래책임자도 "올해 상반기 시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면서 "투자자들은 기술주를 사들임으로써 선거 불확실성과 민주당 정책리스크를 헷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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