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은 더 이상 노인성 질환이 아니다. 현대사회에 수많은 환경소음, 과다한 이어폰 사용, 외상 등으로 인해 이제 현대인의 생활병으로 불릴 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난청의 여러 가지 이유 중 고지혈증(이상지질증)과 제2형 당뇨(후천적으로 생긴 당뇨)로 인한 난청이 왜 생기는지 밝혀졌다.
당뇨질환이 있으면 정상인에 비해 약 2배이상 난청이 발생할 수 있고, 고지혈증의 중성지방 증가는 청각감소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에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팀(이윤영 연구강사)과 아주대 의대 생리학교실 강엽 교수팀은 고지혈증과 제2형 당뇨로 생긴 난청의 발생기전을 밝혔으며, 아울러 아토르바스타틴 약물이 청력을 어떻게 보호하는지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고지방·과당 식이를 통해 고지혈증(당뇨 포함) 동물모델을 제작한 후 청력을 측정했다. 청력역치(주파수별로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의 크기)가 정상 일반식을 시행한 동물군에서는 16kHz에서 14.8±1.1 dB, 32 kHz에서 15.3±1.2dB 인데 반해, 고지혈증(당뇨) 동물모델에서는 16 kHz에서 26.7±1.1dB 그리고 32 kHz에서 23.2±1.1dB로 더 나쁘게 나온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난청 동물모델들의 귀 달팽이관 내 와우조직을 분리해 형태학적·분자생물학적 분석을 한 결과, 청각유모세포, 청신경세포, 혈과조 세포에서 정상조직에 비해 '활성산소'와 '산화스트레스' 마커들이 비정상적으로 증가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세포생존과 항산화 물질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AKT 단백질'이 비활성화되고, 항산화 단백질들 중 특히 SOD2의 감소로 인해 '내인성 세포사멸(apoptosis)'이 증가해 세포소실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난청'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난청 동물모델에 아토르바스타틴 약물을 복강 내 4주간 투여 후 다시 청력을 측정한 결과 청력역치값이 16 kHz에서 27.7±1.0dB 그리고 32 kHz, 26.6 ± 1.0로로 거의 변화없이 유지가 된 반면, 위약(가짜약) 투여군의 경우 청력역치값이 16 kHz에서 38.2±1.9dB 그리고 32 kHz에서 37.5±3.1dB로 더 악화된 결과를 보였다. 이는 고지방·과당 식이에 의해 발생하는 청력감소를 아토르바스타틴 약물이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아토르바스타틴 약물이 AKT 단백질의 재활성화와 더불어 SOD2를 비롯한 다양한 항산화 유전자 및 단백질 발현을 증가시켜 와우조직 내 활성산소와 산화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세포사멸을 억제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난청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정연훈 교수는 "난청은 한번 생기면 원래대로 회복이 힘들다. 이번 연구가 고지혈증과 제2형 당뇨로 인한 난청을 미리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근거자료인 동시에, 노화성 난청의 예방을 위한 근거자료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강엽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흔한 당뇨에서 일부 발생기전과 치료효과가 있는 물질을 확인한 것으로, 앞으로 당뇨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해 국내 특허등록을 한 데 이어 현재 미국 특허 출원 중이다.
이번 연구는 2020년 9월 국제학술지인 Biochimica et Biophysica Acta(BBA, 바이오키미카 엣 바이오피지카 악타) Molecular Cell Research 온라인 판에 'Atorvastatin prevents hearing impairment in the presence of hyperlipidemia(아토르바스타틴에 의한 고지혈증매개 난청 예방기전 규명)'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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