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카드로 꺼내든 공공재개발에 최종적으로 60곳 넘는 후보지가 달려든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이 시행자로 참여하더라도 분양가상한제 제외·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조건이 재개발 추진지역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12월까지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고 신규 예정구역을 내년 3월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공공재개발 공모 신청 후보지가 60여곳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로 신청하기 때문에 시에서 최종결과를 확정하기 어렵지만 60곳은 넘길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공공재개발 흥행은 자치구에 공공재개발 의향서를 제출한 40여곳 외에도 수면 아래서 공공재개발을 추진한 곳이 있었던 결과로 풀이된다. 공모접수는 정비예정구역 내 주민 10% 동의를, 의향서는 주민 5% 동의를 얻어야 제출할 수 있다.
대표 후보지로는 한남뉴타운 해제지역인 용산구 한남1구역을 포함해 동작 흑석2구역 성북 장위9구역 등이 꼽힌다. 공모 이후 조합이 설립된 곳은 주민 절반의 동의를, 해제지역 등 조합이 없는 곳은 주민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아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공공재개발로 도심 내 2만 가구 이상을 2028년까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후보지 선정기준으로 역세권인데도 추진주체 부재 등으로 사업추진이 되지 않는 지역, 구릉지 등 지형 요건에 따른 낮은 사업성으로 장기 정체된 곳 등을 제시했다. 정비구역 중 해제된 사업장도 포함된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시행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법적 용적률의 120%까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받고 분양가 상한제에서 제외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단, 더 받은 용적률의 20~50%를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한다.
반면 정부가 도심 공급 대책으로 함께 제시한 공공재건축은 조합으로부터 외면받는 모양새다. 조합 일부는 공공재건축 정식 접수가 아닌 사전 컨설팅을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을 신청한 15개 조합 중 가장 규모가 큰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는 조합원 반발이 거세 공공재건축 철회를 선언했다. 정부는 8·4공급 대책을 발표하며 공공재건축으로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전컨설팅 결과 1만가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재건축 시장과 서울시 반대의견에도 공공재건축을 강행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8·4대책 발표 당시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공공재건축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냐는 실무적인 퀘스천(의문)이 있다"며 "애초에 서울시는 별로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공공재건축은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남아 사업성이 80% 가까이 깎여나가는 상황"이라며 "시장을 모르는 공급 대책"이라고 했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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