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맥못추던 ESG펀드, 환경 무기로 순자산 1조 돌파
입력 2020-11-04 17:52  | 수정 2020-11-04 19:36
지난달 27일 삼성물산이 '탈(脫)석탄'을 선언했다.
SK그룹은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해 필요한 전력을 조달하겠다며 'RE100(Renewable Energy 100%)' 가입을 선포했다. 정부에서도 풍력, 수소, 탄소중립 등을 테마로 한 그린뉴딜 정책을 강화하면서 최근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관련 간접투자상품(펀드) 출시가 잇따르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힘을 못 쓰던 국내 ESG 펀드 설정액이 최근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 3일 기준 ESG 펀드 설정액은 1주일간 101억원 순증했다. 최근 한 달간 621억원, 3개월간 1592억원 설정액이 늘어났다. 지난 3개월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793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ESG 펀드가 조용하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위험)를 의미한다. ESG 펀드는 주식형이면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의 주식을 담고, 채권형이면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담아 운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정대호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과거에도 ESG 펀드와 같은 펀드가 있었지만 주로 기업의 지배구조에 중점을 뒀었다"며 "올해 중점적으로 부각된 ESG 펀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환경(E) 테마가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에 출시된 ESG 펀드를 봐도 대부분 '환경'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2일 출시한 '한화ESG히어로 펀드(채권)'의 경우 매출 대비 탄소배출량을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박태우 한화자산운용 스트래티지스트는 "타 기관에서 도입하지 않은 매출 대비 탄소배출량을 평가해 투자 비중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출시한 'NH-Amundi 100년기업그린코리아 펀드'도 ESG 중에서 특히 '환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소, 2차전지, 풍력 등 테마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정 매니저는 "ESG 펀드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우발적인 비재무적 사고 위험을 미리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반 주식형 펀드와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ESG 투자 확대에 나섰다.
최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책임투자형 위탁운용사로 교보악사자산운용, 브이아이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4곳을 추가했다. 책임투자형은 전통적인 재무 분석에 ESG와 같은 비재무적 분석을 추가한 투자 유형이다.
한국거래소도 ESG 관련 시장 조성, 제도 개선 등에 나섰다. 최근 거래소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ESG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실제로 ESG에 대한 관심은 펀드 순자산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말 국내에 설정된 ESG 펀드 순자산은 1조원을 돌파했다.
ESG 펀드 등에 대한 투자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막상 펀드나 ETF에서 투자한 기업을 보면 대기업과 IT(정보기술) 기업 등 기존 주식형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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