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해외 총 매출(수출과 해외법인의 매출합계)이 올해 1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라면 소비 증가와 수출 신장, 미국 시장의 급성장 등에 힘입었다. 특히 K푸드의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신라면이 큰 인기를 얻으며 단일 브랜드로 44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글로벌 라면 기업 톱5에도 이름을 올렸다.
농심은 올 연말까지 해외매출이 전년 대비 약 24% 성장한 9억9000만 달러(약 1조1246억원)로 예상된다고 4일 밝혔다. 미국, 중국 등 주요 법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뤘고, 코로나19 로 전 세계 라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수출실적 역시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농심 해외시장 성공의 1등 공신은 라면, 그중에서도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올 해외에서 3억9000만달러(약 44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농심 해외사업의 약 40%를 책임지는 '주포'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서 26% 성장한 1억2000 만 달러의 최대 매출이 예상된다. 영화 기생충 속에 등장하며 화제가 됐던 짜파구리도 큰 관심을 모았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전세계 법인들이 골고루 성장을 일궈냈고 유럽 수출도 전년 대비 30%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중에서도 역시 주력은 미국 시장이다. 미국법인(미국과 캐나다 포함) 매출은 3억2600만달러로 예상돼 전체 해외매출의 3분의1을 미주 시장에서 창출했다. 전년보다 약 28% 성장한 것으로, 미국은 올해 중국법인을 제치고 농심의 해외사업 선두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라면을 '저렴한 간식'이 아닌 '충분한 한끼 식사용'으로 포지셔닝하면서 수요확대를 이끌어냈다. 소득수준이 높은 미국인들에게 라면을 저가 음식이 아닌 스파게티나 파스타 등과 대등한 음식으로 인식시킨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했던 것. 미국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라면이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주타깃으로 삼고 3~4개들이 한 팩에 1달러에 판매했지만 신라면은 개당 1달러 안팎의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다. 신동엽 농심아메리카 법인장은 "비싼 만큼 맛과 품질에서 자신감이 있다"며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주요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방부(펜타곤) 등 주요 정부시설에도 입점돼 판매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라면과 차별화를 위해 한국의 매운맛으로 차별화를 꾀한 전략도 적중했다. 신춘호 회장도 과거 미국 시장 진출을 하면서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방식대로 가자, 한국의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한 바 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인이 신라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서도 맛보지 못하는 독특한 매운맛과 좋은 품질"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이 미국 월마트 1300여 개 매장에서 진행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일본이나 중국 라면 등)다른 제품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은 맛", "한끼 식사로 손색없는 품질" 등을 주요 구매요인으로 꼽았다.
치밀한 단계적 시장 공략도 성공에 힘을 보탰다.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LA 등 성장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먼저 공략해 제품을 정착시킨 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인접 지역으로 영업망을 점차 확대해나갔다. 유통채널도 한인마트에서 시작해 아시아계 마트와 히스패닉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최근엔 월마트와 코스트코, 크로거 등 미국의 대형 유통사로 영업망을 확대했다. 특히 미국 시장 장악을 위해 월마트 입성이 필수라 판단해 월마트 입점에만 13년간 공을 들여 2013년 입점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엔 국내 식품업체 처음으로 월마트 전체 점포에 입점했다. 월마트 전 점포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코카콜라, 네슬레, 펩시, 켈로그, 하인즈 등 세계적 식품 브랜드 뿐이다. 농심이 미국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글로벌 식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올해 월마트와 코스트코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년 보다 각각 47%와 37% 늘어날 것으로 농심측은 예상했다.
신라면의 인기에 주요 매체와 SNS가 거들며 시너지 효과가 더해졌다. 지난 6 월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신라면블랙을 꼽은 데 이어 글로벌 여행 전문 사이트 더 트래블과 미국의 초대형 유튜브 채널 'Good Mythical Morning '도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각각 신라면블랙과 신라면을 선정했다.
한편 농심은 전 세계 라면기업 순위 5 위에 올랐다. 유로모니터가 지난달 26 일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한국기업 최초로 5.3% 의 점유율로 세계 라면기업 톱5 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5.7% 의 점유율로 6 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며 5 위 수성이 확실시된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출시 35 년을 맞는 내년에는 연매출 1 조원의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켜 K 푸드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며 "내년엔 올해보다 12% 높은 11억1000 만 달러 해외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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