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도착했다는 휴대폰 알림에 현관문을 열자 사람 대신 귀여운 로봇이 서 있다. 배달의 민족 어플리케이션을 켜고 비밀 번호를 입력하자 로봇의 몸통이 열린다. 따끈따끈한 음식을 꺼내고 뚜껑을 닫아줬다. 아파트 집안에서 상가의 음식을 주문해 받기까지 채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가까운 상가에 배달을 시킨다는 미안함도 적고 배달원과 대면할 필요가 없으니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없다.
이처럼 빠르면 내년부터 국내 일부 아파트 거주민들은 단지 내 상가 음식점의 식음료들을 '로봇'을 통해 배달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내 1위 배달 어플리케이션(앱)인 '배달의 민족'이 아파트 단지 안을 돌아다니며 사람 대신 배달하는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4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3일 본사에서 HDC아이콘트롤스와 '로봇배송서비스 구축사업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실외 자율주행로봇 배달 고도화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전문업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배민은 내년 상반기 출시가 목표인 '아파트 단지 내 배달 로봇'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세대 현관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HDC아이콘트롤스의 홈 IoT 서버와 배민의 배달로봇을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HDC아이콘트롤스는 각 세대 월패드와 공동 현관문의 연동이나 알림 등을 제어하는 서버를 운용한다. 서버와 배달로봇이 연동되면 로봇의 공동 현관 출입이 자유로워지고, 배달 과정을 월패드로 알 수 있게 된다.
양사 기술 연동이 완료되면 배달로봇이 아파트 상가 음식점에서 출발해 1층 공동현관을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문 앞까지 이동하는 전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 배달 예상 시간은 15분 내외. 배달원이 꺼리는 근거리 배달을 로봇이 해결해주니 상가 음식점들은 물론 아파트 주민들도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는 게 배민 측 설명이다.
앞서 배민은 현대엘리베이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배달로봇과 엘리베이터와의 연동을 준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중 실내외통합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배달로봇을 경기도 수원 광교 앨리웨이 복합쇼핑몰과 아이파크 아파트에서 시범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전반적인 로봇 배달 사업을 위해 상호협력하고, 앞으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함께 만들어갈 예정이다.
김성은 HDC아이콘트롤스 대표는 "로봇 기술의 발전과 언택트 문화의 확산으로 무인배송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과의 협업은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향후 단지 내 서비스 로봇을 활용한 공동사업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번 협업으로 배민의 로봇배달 서비스가 한층 고도화될 것"이라며 "우아한형제들은 로봇배달 서비스를 지속해서 개선하고 편의성을 고도화해 진화된 배달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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