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신임 총장 선출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학교 운영 주체인 예수회가 총장 선출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잇따르며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4일 서강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용수 예수회 관구장의 직권으로 서강대 총장 후보로 지명된 심종혁 신부는 148억원의 학교 기금을 불법 전용한 혐의로 징계 대상에 회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학교 건물 신축 과정에서 정해진 목적으로 써야하는 목적기금을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반기금으로 전용했다는 혐의다. 심 신부는 감사에서 해당 사안이 적발돼 2017년 징계조치 대상이 됐으나 시효 3년이 지나 징계는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강대 총장 후보에 오른 인물은 심 신부를 포함해 5명(강영수, 이종진, 심종혁, 허남건, 허남회 교수)이다. 통상 예수회는 교육사도직위원회(교사위)가 선정한 인사 중에서 후보 1명을 지명하는데 이번에는 김 관구장이 직권으로 교사위가 선정하지 않은 심 신부를 총장 후보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관구장은 9월에도 예수회 신부들과 소속 직원들에게 심종혁 신부를 지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메일을 발송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수신인에는 총장후보대상자추천위원회(총추위)와 이사회 소속 예수회 신부들이 포함돼 있었다.
앞서 2일 서강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예수회가 총장 선출에 부당하게 개입한다고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성명에는 "예수회가 유기풍 전 총장과 함께 148억 목적기금 전용을 저질렀던 당사자를 일방적으로 총장 후보로 최종결정했다"며 "총장추천위원회 노동조합 측 위원들을 쫓아내려고 하는 등 선출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게재됐다.
3일 열린 서강대 총장후보대상자 소견발표회에서는 정유성 서강대 교수협의회장이 총장 선출 과정이 부당하다고 항의한 뒤 퇴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은 발표회 2시간 전 총추위원장으로부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해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성 공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강대 총장 선출은 12월 9일 이뤄질 예정이다. 11월 9일 총후보대상자들의 면담과 총추위 위원 전원의 비밀투표로 상위 3인이 결정되고 다음달 9일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총장이 선출된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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