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의 권력 심판' 대선 투표에 이어 개표가 시작되면서 서학 개미(미국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이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현지 주요 여론조사만 보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와 '블루웨이브'(민주당의 상·하원 다수석 점유)가 대세로 점쳐졌지만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예상보다 선방하는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아시아 증시는 전반적으로 대기모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유리한 소식이 나오는 지 여부에 따라 중국과 일본·대만·한국 증시 분위기가 반대로 돌아갔다.
4일 오전 아시아 증시에서는 도쿄 니케이225주가 지수가 개장 초반부터 1%넘는 상승세를 이은 가운데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0.5%~+0.5%를 오가며 서로 반대되는 반응을 보였다. 대만 가권지수도 시간이 갈 수록 상승폭이 커져 1.0% 선에서 움직여 대체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오전 아시아 선물 시장에서 뉴욕증시 3대 대표 주가지수는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시간이 갈수록 강세를 보였고 특히 나스닥 지수는 오후 12시 30분 기준 3.0%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선전 소식이 추가될 수록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3일 CNN은 '경합지역'인 플로리다 조기 출구 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히스패닉계 지지율이 2016년 대선 때보다 오히려 더 올랐다고 전했다. 지난 달 말 모건스탠리가 트럼프 대통령 깜짝 재선 가능성은 없다는 전망을 내는 등 월가 주요 투자은행(IB)과 주요 여론 조사가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개표 초반 상황은 다르나.
앞으로 증시 움직임은 개표 직후 단기 혼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이 두드러진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마크 헤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표 당일 투자 고객 메모를 통해 "대선 결과의 명확성 여부에 따라 더 많은 변동성이 있을 수 있으나 뉴욕 증시는 지속적인 상승세가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증시의 단기 향방은 3일 대선(대통령 선거인단 선출)·의회 선거 결과가 얼마나 명확한지 여부에 달려있다. 다만 이날 뉴욕증시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4.26% 떨어진 35.55를 기록했다. VIX는 S&P500지수 옵션 가격의 앞으로 30일간 변동폭에 대한 시장 기대를 나타내는 지수다.
그간 글로벌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과 바이든 후보 당선 시 수혜 부문을 분류해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경우 전반적으로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공통적이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주가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반면 미국의 정보기술(IT)분야 공룡기업들이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면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고 중국 기업 주식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IT 공룡기업인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 알파벳· 애플)과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월가는 석유·셰일가스 등 기존 에너지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 성향을 감안하면 엑슨모빌, 무기 수출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록히드마틴 등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는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공세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주식이 널뛸 수 있다.
둘째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고 민주당이 블루웨이브에 성공하면 두 정당 갈등으로 코로나19 추가 부양책 합의가 지지부진해지겠지만 대규모 부양안을 선호하는 민주당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과적으로 이전보다는 관대한 부양안이 나오고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셋째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고 민주당이 블루웨이브에 성공하면 예상대로 친환경·중소기업·의료복지 관련 주식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MAGA로 대표되는 IT공룡 기업 주가가 조정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월가 예상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 합의가 늘어지면서 증시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수혜 분야는 글로벌 정치·경제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정권 자체가 증시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라이빗자산운용사인 글렌메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인터뷰에서 "이번 동시선거에서 공화당이나 민주당 중 누가 더 증시에 유리할 지 따지는 것은 완전히 헛질"이라면서 "지난 1872년 이후 백악관과 의회 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증시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분석해보면 1~2%정도 차이가 났던 정도"라고 언급했다.
4년 전인 지난 2016년에는 월가의 유명한 억만장자 투자자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헤지펀드 거물' 조지 소로스는 트럼프 후보 패배에 베팅했다가 10억 달러를 날린 반면 '채권왕' 제프리 건들라흐와 '유명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월가 대세를 거슬러 트럼프 당선에 배팅해 큰 돈을 벌었다고 WSJ는 전했다.
올해에도 전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대선 개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새삼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를 공식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CNN은 전했다. 지난 달 29일 미국 비영리단체인 책임정치센터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지난 2012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정치자금을 기부했지만 이번에는 바이든 후보에 기부하지 않았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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