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 전시] 장성용 도예전 10일부터 대구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서 개최
입력 2020-11-04 13:34 

도예는 흙의 예술이다. 흙 속에 깊이 뿌리를 드리우고 대지(大地)위에 꽃피운 또 하나의 결실, 그것은 곧 흙의 꽃이며 흙의 열매이다. 그것은 흙의 삶을 보여주며 그 성장과 노쇠의 과정, 삶과 죽음의 애한을 포옹하면서 시간을 끌어안고 공간을 점거한다.

흙은 자연을 구성하는 가장 원초적인 물질인 동시에 인간이 처음으로 보다 실체적인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다정다감한 물질적 촉감이다. 차갑고 거칠거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흙의 촉감은 싸늘하고 메마른 또는 기름지고 윤택한 인간 감정과 연결되어 살덩이를 이루고 핏덩이를 이룬다. 피와 살이 통하는 흙덩어리는 이미 한갓된 물질의 차원을 넘어서 생명체로서의 존엄성과 인격적 독립성을 갖는다.

그것은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면서 삶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충실하기 위해서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행동한다. 따라서 그것은 작가의 분신(分身)인 동시에 또한 그 이상의 것이다. 작품의 표정과 목소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그 호흡과 맥박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한, 작가는 좌절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다.

장성용의 도예는 바로 그 흙의 생명력과 존엄성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이제 30년이 넘는 세월을 도예창작에 정진해 온 주목받는 중견 도예가이다. 그는 흙을 다루는 데 매우 능수능란한 솜씨를 가졌지만 결코 교만하지 않으며, 흙과 진지하게 교감하기를 원하고 그 교감을 통하여 흙이 가지는 생명의 소리를 들은 연후에 흙의 몸을 만든다고 하였다. 즉 흙을 빚는 그의 창작정신은 흙과의 진지한 교감을 통하여 흙의 생명과 일체를 이루기 때문에 작품은 그의 분신이며 생명의 고귀함과 자유로움의 표현이라고 하였다.


장성용 본인도 자신은 흙과 더불어 진지하고 완전한 자유를 누린다고 하였다. 흙은 그에게 일상의 삶이며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는 자유로운 근원적 물질이다. 흙이 가지는 생명력과 본질에 순응하는 관찰과 탐구는 작업의 주된 관심이며 용기에 나타나는 쓰임새와 조형의 의미, 소성과정에서 표출되는 유약의 신비한 변화는 미지의 조형세계에 대한 도전적 개척정신을 갖게 한다고 하였다.

도자기의 소성과 관련하여 폴 고갱은 도자기의 아름다움은 적은 양의 점토가 소성이라는 지옥을 거쳐 자연스럽게 추출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고갱의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 다양한 방법으로 도자기를 소성하는 도예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친숙하고 깊은 안목으로 장성용을 이해하고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無極而太極이라는 정신으로 빚어진 백자의 순결하고 유연하며 풍만한 기물 속에 깃들여 있는 작가의 진솔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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