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년여만에 판문점 견학이 재개된 4일 판문점을 방문해 북측에 연락채널의 복원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 장관은 이날 판문점 견학센터 개소식에서 축사를 통해 "이곳 판문점에서 평화를 향한 '세 가지 작은 걸음'을 내딛자는 제안을 하며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여지기를 소망한다"며 △연락채널의 복원 △판문점 내 남북의 자유왕래 △판문점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 등을 북한에 제안했다.
이 장관은 "지금은 응답하지 않는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 사이의 통신이 복구되기를 바란다"며 "아울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빠른 시간 안에 반드시 복원되고, 재가동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시 소통채널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관계 복원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문점 내 남북 자유왕래와 관련해선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미 남북의 경계를 한 걸음 넘으셨고 9.19 군사합의를 통해서는 자유왕래에 합의한 바 있다"며 "그 경계를 넘는 평화의 한 걸음을 수많은 사람이 넘나드는 평화의 길로 만들어 낼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함께 비무장화를 이뤄낸 만큼, 판문점 공간 안에서라도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 장관은 또 "매년 보고 싶은 얼굴을 그리며 유명을 달리하시는 이산가족의 절실함을 생각할 때 판문점에서 소규모 상봉이라도 재개돼야 한다"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당장 어렵다면, 화상상봉과 서신 교환 등 언택트 방식으로라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한반도 분단 이전에 판문점을 통과하는 '의주대로(義州大路)'를 언급하며 "한양에서 의주까지 이어지고 중국까지도 연결되는 우리 선조들의 무역로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이처럼 판문점은 남북 간 벽이 아니라 통로이고, 다시 이어져야 할 '길'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장관은 "사랑하는 북녘의 동포 여러분! 이 길을 따라 더 큰 왕래로 갑시다. 남과 북이 새로운 평화의 시간을 다시 설계해 나갑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판문점 견학은 이날 시범견학 후 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판문점 견학은 접경지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코로나19 발생까지 겹치며 장기간 중단됐다가 이날 1년여 만에 재개됐다. 이전과 달리 개인 또는 가족 단위로도 견학을 신철할 수 있다. 지난 20일 판문점 견학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를 받은 11월분 견학일은 하루만에 500인 이상의 신청자가 몰리며 접수가 마감됐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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