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난이 저금리 때문이라고?" 세입자 `부글부글`
입력 2020-11-04 10:22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난은 저금리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매경DB]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난은 저금리 때문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세입자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대차법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서 시장에 나오는 공급물량이 줄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저금리 때문에 유동성이 과잉이라 전세대출이 다른 해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고 부연했다.
김 장관이 부동산 문제의 원인이 저금리에 있다고 분석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김 장관은 지난 2018년 10월 2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한 원인에 대해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지난 정부부터 이어진 저금리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유동성 과잉이 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지난 8월 5일에도 월세가 늘어나는 원인이 저금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은행 이자보다 월세를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지 임대차 3법의 영향이 아니다"라며 "특히 강남의 70%가 갭투자자의 전세로 목돈이 필요한 전·월세 전환을 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치솟고 있다.
4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9월(187.0)보다 4.1포인트 오른 191.1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8월 193.7을 기록한 이후 1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전세수급지수는 1∼4월 150선에서 상승하다가 5월 160을 기록한 후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8월에는 180.5로 껑충 뛰었다.
치솟는 전세수급지수
이러한 사실을 접한 국민들은 "남탓"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이 모씨(35)는 "한 달 전에 전세 계약이 만료됐는데 아직도 전세를 구하지 못했다"며 "전세 물건이 없고 있어도 부르는 게 값인 상황에서 책임 기관이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니까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이 씨는 이어 "경제학자들이 원인으로 꼽는 임대차법의 문제를 인정하고 국민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게 우선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 누리꾼(eams****)은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폭등했다"며 "저금리인 상황에서도 부동산 대책으로 가격 상승을 막는 게 장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에는 "임대차 3법 전후로 금리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poin****)" "비록 다주택자가 투기 세력이지만 한편으론 전세공급자인데 그들로부터 세금만 걷는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meal****)" "근본적인 원인이 저금리라면 정책을 24번이나 내지 말고 금리를 올렸어야 하는 게 아닌가(copp****)" "근본 원인은 수요와 공급에서 찾아야 한다(y2ki****)" "아파트 8채를 가지고 있는 중국인이 한국인한테 고액 월세를 요구하더라(23af****)" 등 반응도 있었다.
전세난의 원인으로 임대차 3법을 꼽은 전문가들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란의 핵심은 공급 부족"이라며 "정부가 임대차 3법을 취소하지 않고서는 전셋값을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학 박사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 실장을 향해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자신들의 잘못은 가리면서, 국민의 고통을 그저 과도기적 문제로 절하해버리는 기술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서윤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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