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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이영상 수상, 가능할까요?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입력 2020-11-04 08:54 
류현진은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시즌이 끝나고, 시상식의 시즌이 돌아왔다. 역시 가장 주목을 끄는 상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수상하는 4대 개인상-MVP, 사이영상, 올해의 감독, 올해의 신인-이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최종 후보가 공개됐고, 다음주에 수상자와 투표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정규시즌 종료 이후 실시된 투표에서 3위 안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 투표는 각 지부에서 두 명씩 선발된 총 30명의 BBWAA 소속 기자들이 참여한다. 해당 지부에 마땅히 투표에 참여할 만한 기자가 없을 경우 다른 지역의 기자가 대신 투표권을 갖기도 한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각 부문별 수상자를 예측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아무래도 한국팬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이 최종 후보에 오른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이다.

AL 사이영상
쉐인 비버: 12경기 8승 1패 평균자책점 1.63 bWAR 3.3 fWAR 3.4
마에다 켄타: 11경기 6승 1패 2.70, bWAR 1.6 fWAR 2.1
류현진: 12경기 5승 2패 2.69 bWAR 3.0 fWAR 1.9
예상: 쉐인 비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2020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인단은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고민했을 것이다: 쉐인 비버를 뽑거나, 기자를 그만두거나.
류현진 선수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은 이번 시즌 개인상 중 가장 수상자가 유력한 상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쉐인 비버가 만장일치로 상을 받지 못한다면 이상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황한 이유를 들어 '역전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주장일 뿐이다. 이들이 내세운 이유는 '류현진도 1위표를 받을 자격이 있는 이유'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역전 사유로는 부족하다.
2020년은 쉐인 비버의 해였다. 사진=ⓒAFPBBNews = News1
이번 시즌 비버는 '군계일학'이었다. 7월 25일 시즌 개막전부터 6이닝 14탈삼진 무실점 투구한 것을 시작으로 멈춤없이 질주했다. 평균자책점(1.63) 다승(8승) 탈삼진(122개)에서 모두 1위를 기록, 2006년 요한 산타나 이후 처음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다. 그가 기록한 1.63의 평균자책점은 디비전 제도가 도입된 1969년 이후 1985년 드와잇 구든(1.53), 1994년 그렉 매덕스(1.54)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었고 1995년 매덕스(1.63)와 동률이었다.
류현진도 최근 인터뷰에서 워낙 다른 투수들과 차이가 나서 어려울 거 같고, 순위에 든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로 사실상 수상이 어려움을 인정했다. 어쨌든 2년 연속 최종 후보에 올랐다. 똑같은 최종 후보지만, 뭔가 느낌이 다르다. 지난 시즌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다 시즌 막판 잠시 흔들리면서 아쉽게 상을 놓쳤다면, 이번 시즌은 막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최종 후보에 드는데 성공했다. 특히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뉴욕 양키스 상대로 7이닝 무실점 기록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시킨 것이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AL MVP
호세 아브레유: 60경기 타율 0.317 출루율 0.370 장타율 0.617 19홈런 60타점 bWAR 2.8 fWAR 2.6
DJ 르메이유: 50경기 타율 0.364 출루율 0.421 장타율 0.590 10홈런 27타점 bWAR 2.8 fWAR 2.6
호세 라미레즈: 58경기 타율 0.292 출루율 0.386 장타율 0.607 17홈런 46타점 bWAR 2.2 fWAR 3.4
예상: 호세 아브레유

그렇다면 질문을 MVP 투표로 옮겨보자. 류현진은 MVP 투표에서도 표를 받을 수 있을까?
MVP 투표는 한 명의 투표인이 1위부터 10위까지 선정 가능하다. 그렇기에 워낙 많은 선수들이 표를 받는다. 류현진이 여기에 끼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번 시즌 3.0bWAR, 1.9fWAR로 두 가지 지표 모두 토론토에서 WAR 1위를 기록했다. ESPN 칼럼니스트 브래드포드 둘리틀은 bWAR, fWAR 등 결과를 기반으로한 메트릭스 지표와 승리 확률 기여도 등의 수치를 종합해 만든 AXE(Awards Index Estimate)라는 지표로 선수들을 평가했는데 류현진은 135점으로 아메리칸리그 전체 4위에 올랐다.
한마디로 류현진은 2020시즌 토론토의 성공에 적지않은 기여를 했고, MVP 투표를 통해 이를 인정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아브레유는 MVP 후보에 올랐다. 사진=ⓒAFPBBNews = News1
이제 주제를 옮겨보자. 마이크 트라웃이 빠진 아메리칸리그 MVP 최종 후보에는 아브레유, 르메이유, 라미레즈가 이름을 올렸다. 세 선수 모두 MVP를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성적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60경기에 모두 출전, 꾸준히 활약하며 팀을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아브레유가 가장 많은 지지표를 받고 있고, 필자 역시 그를 유력한 수상 후보로 예상하고 있다.

NL MVP
무키 벳츠: 55경기 타율 0.292 출루율 0.366 장타율 0.562 16홈런 39타점 bWAR 3.4 fWAR 3.0
프레디 프리먼: 60경기 타율 0.341 출루율 0.462 장타율 0.640 13홈런 53타점 bWAR 2.9 fWAR 3.4
매니 마차도: 60경기 타율 0.304 출루율 0.370 장타율 0.580 16홈런 47타점 bWAR 2.8 fWAR 2.6
예상: 프레디 프리먼

프리먼은 애틀란타의 지구 우승에 기여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지금까지 양 리그에서 모두 MVP를 받은 선수는 프랭크 로빈슨 한 명이 전부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아메리칸리그 MVP를 받았던 벳츠는 LA다저스 소속으로 내셔널리그 MVP에 도전한다. WAR로는 다른 후보들에게 밀릴 것이 없지만, 출전 경기수가 약간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 타점이 밀리는 것은 리드오프의 숙명이다. 마차도는 샌디에이고 이적 이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4할대 출루율과 6할대 장타율을 뽐낸 프리먼을 넘기는 어려워보인다.

NL 사이영상
제이콥 디그롬: 12경기 4승 2패 2.38 bWAR 2.6 fWAR 2.6
트레버 바우어: 11경기 5승 4패 1.73 bWAR 2.7 fWAR 2.5
다르빗슈 유: 12경기 8승 3패 2.01 bWAR 2.7 fWAR 3.0
예상: 제이콥 디그롬-트레버 바우어 박빙

디그롬은 탈삼진 1위로 사이영상 3연패에 도전한다. 사진=ⓒAFPBBNews = News1
뉴욕 메츠의 디그롬은 그렉 매덕스, 랜디 존슨에 이어 세 번째로 사이영상 3연패에 도전한다. 그가 내밀 유일한 강점은 탈삼진이다. 68이닝 던지며 104탈삼진을 기록, 내셔널리그 탈삼진, 9이닝당 탈삼진 비율 1위를 기록했다. 그는 2018년에는 평균자책점 1위, 2019년에는 탈삼진 1위 기록으로 사이영상을 받았다. 이점을 생각하면 3연패도 가능해보인다. 바우어는 평균자책점 1위와 두 번의 완봉, 그리고 WHIP 1위(0.795)를 기록했다. 'FA로이드'를 아주 제대로 맞았다. 이번이 그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박빙이 예상된다.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다승 1위이며, 2.23으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마침내 마운드에서 자유로워진 모습. 그러나 투표인단의 마음을 뺏기에는 뭔가 조금 부족해보였다.

NL 올해의 신인
알렉 봄: 44경기 타율 0.338 출루율 0.400 장타율 0.481 4홈런 23타점 bWAR 0.7 fWAR 1.2
제이크 크로넨워스: 54경기 타율 0.285 출루율 0.354 장타율 0.477 4홈런 20타점 bWAR 1.4 fWAR 1.4
데빈 윌리엄스: 22경기 평균자책점 0.33 9홀드 bWAR 1.2 fWAR 1.4
예상: 제이크 크로넨워스

크로넨워스는 올해의 신인이 유력하다. 사진=ⓒAFPBBNews = News1
김광현이 최종 후보에서 제외되며 김이 새버렸다. 그가 부족했다기보다, 내셔널리그에 그만큼 좋은 신인들이 많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김광현도 순위표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선수 모두 올해의 신인에 뽑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성적을 남겼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윌리엄스는 세이브를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올해의 구원 투수에 선정될 정도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봄도 3할대 타율과 4할대 출루율로 타격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남겼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양적으로 살짝 아쉬운 면이 있다. 크로넨워스는 봄에 비해 타율과 출루율은 조금 떨어지지만, 양적으로 더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올해의 신인을 받을 자격이 있다.

AL 올해의 신인
크리스티안 하비에르: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3.48, bWAR 1.3 fWAR 0.5
카일 루이스: 58경기 타율 0.262 출루율 0.364 장타율 0.437 11홈런 28타점 bWAR 1.4 fWAR 1.7
루이스 로버트: 56경기 타율 0.233 출루율 0.302 장타율 0.738 11홈런 31타점 bWAR 1.6 fWAR 1.5
예상: 카일 루이스

카일 루이스는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사진=ⓒAFPBBNews = News1
화이트삭스의 로버트는 빅리그 무대도 밟기전 6년 76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맺어 화제를 모았던 선수다. 이번 시즌 56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고, +8의 DRS로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지만, 타석에서는 기대에 못미친 것이 사실. 9월 이후 23경기에서 타율 0.136으로 슬럼프에 빠진 것이 아쉬웠다. 하빙르는 저스틴 벌랜더가 이탈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발진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9이닝당 피홈런(1.8) 볼넷(3.0) 수비무관 평균자책점(4.94) 등의 성적은 그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루이스는 이미 2019년 모습을 드러낸 '중고신인'이지만, 이런 요소는 메이저리그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크게 중요하게 반영되지 않는다. DRS -1로 수비력은 떨어졌지만, 타석에서 더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이미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신인에 뽑혔었다. 이번 투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AL 올해의 감독
케빈 캐시: 40승 20패, 아메리칸리그 동부 우승
찰리 몬토요: 32승 28패, 포스트시즌 진출
릭 렌테리아: 35승 25패, 포스트시즌 진출
예상: 찰리 몬토요

찰리 몬토요와 케빈 캐시, 두 감독은 나란히 올해의 감독 후보에 올랐다. 사진=ⓒAFPBBNews = News1
올해의 감독은 보통 지난해 성적 대비 가장 큰 반등을 이끌어낸 감독에게 주는 상이다. 이런 기준이면 지난 시즌 승률 41.4%를 기록한 블루제이스를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몬토요, 지난해 44.7% 승률을 기록한 화이트삭스를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렌테리아가 유력한 수상 후보다. '임시 홈구장'이라는 악재를 극복했다는 가산점이 붙는다면 몬토요가 더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본 기자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캐시에게 한 표를 던질 것이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창의적인 감독으로, 연봉 총액 최하위권의 팀을 아메리칸리그 전체 승률 1위로 이끌었다. 따로 마무리를 정하지 않은 불펜 운영, 매일 바뀌는 타선 등은 감독으로서 그의 역량을 확실하게 보여준 증거들이라 할 수 있다. 혹시 월드시리즈 6차전 6회의 그 투수교체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올해의 감독상은 정규시즌 성적이 기준이라는 점을 알려주고싶다.

NL 올해의 감독
돈 매팅리: 31승 29패, 포스트시즌 진출
데이빗 로스: 34승 26패, 내셔널리그 중부 우승
제이스 팅글러: 37승 23패, 포스트시즌 진출
예상: 돈 매팅리

돈 매팅리는 악재를 딛고 마이애미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팅리는 마이애미 말린스를 2003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팅글러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게 2006년 이후 첫 가을야구 무대를 밟게해줬다. 두 팀은 디비전시리즈까지 진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둘 중 누가 올해의 감독을 수상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이중에서도 시즌 초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라는 악재가 있었음에도 이를 극복해낸 매팅리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격리 해제 이후 시즌 재개를 위해 볼티모어로 이동했을 때 숙소가 준비될 때까지 선수들이 호텔 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을 봐야했던 그는 '이렇게까지 시즌을 해야하나'라는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 회의감을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시즌을 완주한 것을 인정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크 쉴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한가운데로 가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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