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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란서 옵티머스까지…금감원 예산 3배 늘어도 감독부실 반복
입력 2020-11-03 17:43 
◆ 금감원 방만경영 ◆
금융감독원에 대한 새로운 통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돼 주목된다. 금감원이 예산을 크게 늘릴 때마다 오히려 금융 대란이 발생하는 등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고, 내부 비리까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윤석헌 금감원장의 주장처럼 금감원 독립을 추진하기보다는 감독 역량 강화, 공공기관 지정 등 시스템 쇄신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1999년 설립된 후 2020년까지 금감원 예산을 분석한 결과, 예산이 크게 늘어난다고 해서 금감원 감독 역량이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예산 증가율이 10% 이상이었던 시기에는 공교롭게도 감독 부실에 따른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 예산이 3년 연속 약 13%씩 오른 2002~2004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금감원은 감독 역량 확대를 이유로 예산 확대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2004년 약 400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카드 대란에 대한 감독은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감독 부실뿐만 아니라 내부 편법도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은 2002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6% 임금 인상을 승인받았지만, 중식비·교통비·특별상여금을 기준 봉급에 통합하는 편법으로 임금을 5.4% 더 올렸고, 2004년에도 유사한 방법으로 4.3% 더 올렸다고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또 금감원은 2001년 저축은행 연체율 급증에 대해 내용을 파악해 금감위에 보고해야 했지만 검사요원들이 부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결국 저축은행 부실로 이어지면서 2005년 시장 퇴출 등으로 막대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고 감사원이 발표한 바 있다. 2017년에도 금감원 예산은 전년보다 12.6% 올랐지만 같은 해 감사원 감사에서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이때 추후 사기 펀드 사건이 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가 시작됐지만 금감원이 제대로 된 감독에 실패하면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조직을 비효율적이고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금감원 관계자가 여의도 금감원에서 서성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전문가들은 예산이 금감원 역량 강화에 결정적 요인은 아니며 오히려 시스템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금감원이 예산과 인력을 확대하고 금융위원회에서 독립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보다는 현재 금감원의 감독 체제를 재검토해 감독 역량을 강화하고 내부 직원 비리를 근절하도록 쇄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금감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실패 시 제재를 받는 등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감독 역량 강화와 비리 근절 방안으로 공공기관 재지정도 정부·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금감원에 대한 정부 통제가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무엇보다 예산과 인력을 기획재정부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특히 방만한 경영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예컨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300% 성과급 차이가 발생하고, 낮은 평가 점수를 받은 기관장은 경고 조치된다. 현재 금감원은 전체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공운위가 아닌 금융위에서 경영평가를 받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라임 사태 등을 감안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경영평가 제도 도입, 공공기관 재지정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2017년 채용 비리가 감사원 감사로 적발되면서 적극 검토된 바 있다. 그러나 다음해 1월 공공기관 지정을 최종 결정하는 공운위에서 금융위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강하게 반대하는 한편 경영공시와 경영평가에 대한 추진 실적을 공운위에 보고하는 조건으로 지정을 피했다. 지난해 1월 공운위 역시 금감원의 방만 경영을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했지만, 금감원은 상위 직급(3급 이상) 비중을 당시 43%에서 5년 내 35% 수준으로 줄인다는 조건으로 지정을 면했다. 상위 직급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는다.
[윤원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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