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웃기는 게 행복하다"던 박지선, 어쩌다 이런 선택 했을까
입력 2020-11-02 17:49  | 수정 2020-11-09 18:06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2일 36세의 꽃다운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갑작스런 비보에 개그계는 물론 시청자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그가 지난 2015년 2월 23일 EBS '지식채널e'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남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제일 행복해요.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하든 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겁니다"라고 한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았던 희극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생전 박지선 씨가 남긴 말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어서다.
고인은 생전 '못생긴 여자 개그우먼'으로 불렸지만, 외모 이상의 매력이 더 주목을 받았다. 개그면 개그, 지성이면 지성, 여기에 센스 있는 말솜씨와 따뜻한 인품까지 겸했다.
제10회 대한민국영상대전에서는 포토제닉상을 받은 뒤 "나는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 없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긴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지 않으냐"며 높은 자존감을 보여줬기에 동료 연예인들은 이날 비보가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1984년생인 박지선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출신의 '브레인 개그맨'으로, 2007년 KBS 22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KBS2 '개그콘서트' 다수 코너에서 활약했으며, KBS2 '가족의 탄생',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의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왔다.
아이돌 쇼케이스 등 다양한 행사 진행자로 나서 안정적인 진행 실력을 뽐낸 그는 올해 3월까지 EBS '고양이를 부탁해' MC로 활약했다.
고인은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 화장을 아예 못 했지만 그 사실을 숨기기보다 오히려 개그 요소로 활용하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분장으로 더 많은 개그를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늘 코미디 무대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지병은 최근 들어 악화하면서 야외 촬영은 물론 무대 행사 시 비추는 조명마저 고인을 상당히 괴롭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박씨의 모친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성 메모를 박씨의 자택에서 발견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된 메모는 노트 1장 분량이었으며, 유족들의 뜻에 따라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씨는 이날 오후 1시 44분께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의 부친은 이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이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이미 둘 다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모친은 서울로 올라와 박씨와 함께 지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