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조합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재계와 학계의 토론회가 이뤄졌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법을 개정할 경우 비례적으로 사측 대항권도 보장해줘라"가 토론회 주된 내용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이정 한국외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발제자로 이달휴 경북대 교수와 김강식 교수가, 토론자로 김태기 단국대 교수, 김희성 교수,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 그리고 조영길 법무법인 I&S 대표변호사 등이 나서 진행됐다.
이달휴 교수는 발제를 통해 "현재 대체근로가 허용되는 사람은 노조 가입 범위에 있는 사람으로 한정돼 있고 벗어난 사람은 대체근로자로 투입될 수 없다"며 "기업별 노조는 가입자격을 기업 종업원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이처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대항권을 화두로 꺼냈다.
이 교수는 "만약 실업자나 해고자 등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대체근로도 이에 맞춰 더욱 넓게 허용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가입 대상을 넓힌 만큼 대체근로 허용 범위 역시 마찬가지로 넓혀야한다는 것이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파업이 자주 발생하고 사업장 점거가 가능한데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용자만 일방적으로 규제하고 처벌하는 등 과도한 노동권 보호가 투쟁적이고 비타협적인 태도로 물리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사용자 대항권은 지나치게 미약해 노사간 힘이 불균 상태를 이뤄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세계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이를 위한 노조법 개정이 노조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이뤄져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개악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노조 단결권 확대에 상응해 사용자 대항권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강식 교수는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과 근로면제시간 제도간 상충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은 법상 부여된 근로면제시간 외 단체협약에서 추가로 면제시간을 보장하고 있다"며 "근로시간면제를 과도하게 부여할 경우 사용자는 부동노동행위로 처벌받는 반면 이를 강요한 노조는 처벌대상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노조가 근로시간 면제제도 취지에 반하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사용자는 노사분쟁에 따른 경영부담을 고려해 노조 요구를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개정안대로)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과 위반시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그간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력과 발전을 원점으로 되돌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행 노조법상 노조 전임자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다. 대신에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설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노조 활동은 유급으로 인정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노조법 개정안과 같이 면제한도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동시에 열어줄 경우 기업들은 이중 부담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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