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얼굴·몸매 보다 손 예쁜 여자 좋다" 34년만에 증언대 선 이춘재
입력 2020-11-02 16:01  | 수정 2020-11-09 16:06

화성 연쇄 살인을 자백한 이춘재(56)가 '진범 논란'을 빚은 화성 8차 사건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청주에서 발생한 14건의 살인사건에 대해 자신이 진범이라고 자백했다.
이씨는 2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열린 화성 8차 사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부산교도소에서 화성·청주 살인 14건을 자백한 것이 맞느냐"는 박준영 변호사 질문에 "네 맞다"고 답했다.
자백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이씨는 "처음에는 진술을 거부할려고 했다 프로파일러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인간적으로 편한 상태에서 진술을 하게됐다"면서 "프로파일러가 (나의)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줘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조사중 프로파일러에게 손을 달라고 한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이 예뻐서"라면서 "나는 얼굴·몸매 예쁜 사람 보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고 말했다.
'진범 논란'으로 재심 재판이 열리고 있는 화성 8차 사건에 대해서도 이씨는 "자발적으로 얘기했으며, 어떤 강요나 종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감 생활을 성실히 하면 가석방 될 기회가 있었다. 자백을 하면 희망이 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 사건이 영원히 묻힐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경기남부경찰청 직원들이 수사접견을 요청했다는 말을 들었을때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1989년 화성 초등학생 강간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 힘들어서 자살할려고 그곳에 갔다 실패하고 나오는 길에 산속 길을 걸어가고 있는 피해자를 만났다"면서 "도망을 가길래 쫓아가서 안아 숲으로 데려갔다"면서 계획된 범행을 부인했다. 살인 이유에 대해서는 "(시간을)되돌 릴수도, 보내줄 상황도 아니었다"면서 "아이를 내버려 두면 상황(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 불거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제가 사건을 벌이고 난 후 후회도 하고, 자살도 시도 했었다. 제 사건과 관계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자백은)반성·속죄·참회하는 마음으로 제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경기 화성지역의 연쇄살인 사건을 저지른지 34년만에 피고인이 아닌 증인신분으로 재판정에 섰다. 푸른색 계열의 수의를 입은 이씨는 짭은 머리였고 흰 머리가 듬성 듬성했다. 흰색 마스크 때문에 발언이 선명하지 않았지만 재심 변호인측 질문에 한치의 미동도 없이 덤덤히 증언했다.
화성 8차 사건으로 불렸던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지칭한다. 윤성여씨(53)는 이듬해 범인으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 20년을 복역했다.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모두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법원은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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