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도권 역차별"…공공기관 지방대 50%채용 검토에 뿔난 청년들
입력 2020-11-02 13:38  | 수정 2020-11-09 14:06

더불어민주당이 혁신도시에 있는 공공기관 채용에서 지방대학 출신자를 50%까지 뽑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전국 혁신도시에 있는 공공기관 채용에서 지방대학 출신자를 50%까지 뽑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전북 부안군청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 채용에서 그 지방의 대학 출신자를 30%까지 뽑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에 20%를 더 얹어서 다른 지역 지방대 출신도 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전체 50% 중 30%는 공공기관이 있는 해당 지역의 지방대 출신을, 나머지 20%는 다른 지역의 지방대 출신으로 채우는 것"이라며 "말하자면 전북에 있는 대학을 나오신 분이 전남 나주 한국전력에 취직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위직 공무원의 지방 할당제도 검토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접한 대학생과 취준생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김 모씨(22)는 "공공기관 지방대 채용 50% 관련 기사를 보고 화를 숨길 수 없었다"며 "공정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이어 "대학에 입학하고 줄곧 공공기관 취직을 목표로 공부했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닌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채용에서 불리해졌다"고 호소했다.
대학생 이 모씨(24)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지방에 살았고 대학만 서울로 다니고 있다"라며 "웬만한 지방대 학생보다 지방에 오래 살았고 지역 실정도 잘 아는데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지역인재가 아니게 됐다"고 꼬집었다.
취업준비생 강 모씨(25)는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이지만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라며 "우리 대학은 지방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혜택은 매번 지방대학에 돌아간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대학 중에서도 지방대학만큼 지원이 절실한 대학이 있다는 점을 정부·여당이 제발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정 모씨(26)는 "지방 소재 대학을 졸업했다"면서도 "과도한 우대 정책보다는 학생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돕는 게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대학가 커뮤니티에는 공공기관 지방대 50% 채용 검토를 비판하는 글이 여럿 게시되고 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만 관련 글이 100개가 넘을 정도이다.
이 커뮤니티에는 2일 '지방대 채용 확대 확정되면 시위 나갈 거예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를 토하며 공부했다는 글쓴이는 "수도권 학생들은 사람도 아닌가요"라며 "혁신도시 공공기관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데 절반을 지방대로 채우면 피나게 공부한 학생들은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1970년도 아니고 2020년에 이런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니 공정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맹비난했다. 글쓴이는 "지방대 채용 50% 확정되면 시위에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에는 동의한다는 반응이 여럿 있었다.
대학생과 취준생의 분노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공공기관 지방할당제 확대 검토 없던 일로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지방할당제 확대여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달라"며 "이 방안은 수도권 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어 "공공기관의 절반이라면 절대 적은 수치가 아니다"라며 "공공기관을 목표로 했던 수도권 학생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대 지방으로 편이 갈려 싸우고 있다"며 "편까지 가르게 하는 지방할당제 확대는 없던 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원이 민주당 의원(전남 목포)은 지난달 30일 "서울과 지방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수도권 학생들은 사회 진출할 때 지방대생들과 비교하면 인맥, 환경, 교육 기회, 정보 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 발표에 동의한 셈이다.
이에 반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이낙연의 공공기관 지방대 50% 할당제는 제2의 인국공"이라며 "공정은 아예 쓰레기통에 내버렸나"라고 되물었다.
하 의원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능력과 실력 대신 불공정 채용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정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집권당의 대표마저 노골적인 차별 정책을 주장하니 충격이다"라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이어 "공공기관은 청년들에게 꿈의 일자리"라며 "조금의 불공정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거대한 분노와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 지방대 50% 할당제를 반드시 막겠다"라고 다짐했다.
충북연구원 관계자는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충북 내 이전 공공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경우 지역인재를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라며 "충북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대부분 과학기술과 교육 관련 공공기관인데 이와 관련된 충북 대학의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대 의무할당제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해당 지역의 교육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할당제를 확대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능력을 해당 지역의 대학에서 배우기 어렵다면 지방대학 의무할당제 확대는 현실과 괴리만 낳는다는 지적이다.
[서윤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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