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호(號)가 서진(西進)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영남권 '텃밭 울타리'를 넘어 호남으로 지역적 외연을 확장해야만, 가깝게는 내년 4월 재보선, 길게는 내후년 대선까지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행보입니다.
당장 호남 출신 서울 유권자의 표심이 '대선 전초전'인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패를 좌우한다는 게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판단으로 보입니다.
오늘(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내일(3일) '광주학생항일운동' 기념일을 맞아 광주를 찾습니다.
1929년 당시 운동의 발상지가 됐던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학생 항일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광주·전남 지역 지자체장들을 만나 정책 협의도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김 위원장이 호남을 찾는 것은 닷새만입니다.
지난달 29일엔 의원 20여 명과 함께 전북 전주를 찾아 현지 14개 지자체장들과 정책 협의 간담회를 열고 예산 수요를 점검한 바 있습니다.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현지 지자체장 14명이 모두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8월엔 보수정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5·18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당의 소극적 대응과 일부 망언에 대해 사죄하기도 했습니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유튜브에 "5·18 민주화운동은 절대 폭동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인터뷰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일부 극우 진영에서 주장하는 '5·18 북한 인민군 개입설' 등에 대해 당이 선을 그은 셈입니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5·18의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선에서도 호남권에 비중을 두는 모습입니다.
김 위원장은 호남 출신 정양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고,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 당선권 20위 이내에 호남 출신 5명을 추천하겠다는 방안도 내놨습니다.
김 위원장의 호남 끌어안기에 텃밭인 영남에서 반작용이 일어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한 여론조사에서 '보수 아성' 격인 대구·경북(TK) 지지율이 빠진 탓입니다.
당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구 경북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30%)이 민주당(34%)보다 낮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책은 김종인을 내보내는 것밖에 없다"고 페이스북에 썼습니다.
대구 출신 주호영 원내대표의 행보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정책협의회를 위해 대구시청을 찾은 자리에서 "대구와 경북은 대한민국 보수를 지탱해온 큰 기둥"이라며 "국민의힘에 든든한 힘이 되고 있는 대구·경북에 이제는 국민의힘이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당 국민통합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은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 동서를 화합하자는 것이다. 1∼2년이 아닌 수십 년 묵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내에서는 호남 끌어안기로 국민의힘의 텃밭 지지율이 내리는 거라면 정부 고위직 인사와 지역 예산 등 모든 면에서 '호남 우대'를 하는 민주당 지지율은 더 빠져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