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플레이션 헤지" 비트코인 올해 90% 급등
입력 2020-11-02 11:45  | 수정 2020-11-03 12:06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대비 투자 수단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3년 만에 전 고점 수준으로 회복세를 띄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실생활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비트코인은 1만3848달러에 거래되며 올해 약 90% 급등했다. 비트코인이 2018년 1월 사상최고가인 1만9783달러를 기록한 이후 급락했던 비트코인이 3년 만에 다시 전고점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에는 1만391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이같은 급등이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헤지(위험 회피)수단으로 비트코인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세계 은행과 정부는 자국의 통화량을 늘리면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수조 달러를 투입했다. 경기부양책의 결과 경제학자들은 향후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폭발할 것이라고우려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의 총발행량은 2100만개로 한정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편입시키고 있다. 지난달 8일 트위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가 이끄는 간편결제 업체 스퀘어는 50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이는 올해 2분기 회사 총자산 중 1%에 해당한다.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도 올해 초 4억2500만 달러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대표 마이클 세일러는 지난 8월 정부의 대유행 사태에 대한 대응이 통화가치의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생존 가능한 수단'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지 않은 상태지만 유사 펀드 및 투자 상품은 인기를 끌고 있다. 암호 화폐 기반 인덱스 펀드를 제공하는 관리비트와이즈는 관리 중인 자산이 지난 6월 약7000만 달러에서 지난달 27일 기준 1억 달러로 뛰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최근 상용화 가능성 논의에 힘입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기도 했다. 페이팔은 지난달 결제 옵션으로 사용자의 디지털 지갑에 비트코인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페이팔은 2021년까지 간편 송금 서비스 벤모에도 서비스를 확대하고, 페이팔을 이용하는 2600만 가맹점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비트코인 상승세에 대한 일부 전문가의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WSJ은 비트코인이 가맹점에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실제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 미 국세청이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유가증권으로 취급하면서, 이용자들은 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WSJ은 아직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시장에 나온 11년 동안 소수의 위험 투자자의 관심만 끌었고, 주된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암호 화폐 투자회사 이글브룩 어드바이저스 설립자 크리스 킹은 "궁극적으로 비트코인은 여전히 위험한, 투기성 자산"이라며 고객에게 총자산의 5% 이상 암호 화폐에 투자하지 말라고 권장한다고 WSJ에 밝혔다.
[신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