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국으로 번진 `전세의 亂`…매물 부족 19년만에 최고
입력 2020-11-01 17:58  | 수정 2020-11-01 21:45
1일 서울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의 중개업소 전경.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어 물건을 소개하는 외부게시판 상당수가 공란 이었다. [김호영 기자]
전체 5563가구 규모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지난달 전용면적 84.99㎡가 보증금 11억원에 거래됐다. 2년 전 보증금 8억5000만∼9억2000만원이던 이 단지는 현재 집주인들의 호가가 13억원을 넘었다. 2년 사이 전셋값이 4억∼4억5000만원가량 오른 셈이다. 인근 지역 공인중개사는 "잠실은 교통·학군·일자리가 모두 갖춰진 초인기 지역이어서 전세 수요가 항상 높다"며 "안 그래도 매물이 부족한데 임대차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매물이 더 들어가니 신규 계약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1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9월(187.0)보다 4.1포인트 오른 191.1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8월 193.7을 기록한 이후 19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중개업소 설문조사를 통해 추출한다. 1∼200 사이 숫자로 나타내며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계약 갱신 사례가 늘면서 전세 매물 출회가 줄어드는 데다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며 월세 전환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대차법 시행일(7월 31일) 이전에도 전세 수급은 어려웠지만 최근 '기록적인' 전세난은 임대차법 이후 더 뚜렷이 관찰된다. 전세수급지수는 1∼4월 150선에서 상승하다가 5월 160을 기록한 후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8월에는 180.5로 껑충 뛰었다. 서울 전셋값(1.35%)은 최근 3개월 연속 1%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서울 중심지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외곽 소형 아파트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59.96㎡는 지난달 17일 보증금 5억9000만원(31층)에 전세계약서를 쓰면서 최고가를 찍었다. 이 아파트는 2년 전에는 3억8000만∼3억9000만원이면 전세를 얻을 수 있었다.
경기도 또한 지난달 전월 대비 0.96% 상승했다. 성남 중원구(2.68%), 광명(2.00%) 등이 높게 상승했다. 주요 광역시도 상승폭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대구, 대전, 울산, 부산, 광주까지 모두 상승했다.
이 같은 전세가격 폭등은 전세 거래 부진과 맞물린 현상이다. KB전세거래지수는 7월 26.4를 기록한 뒤 8월(19.1), 9월(15.3), 10월(14.1) 연속 내리막을 탔다. 임대차법 이후로 거래가 더 얼어붙은 것으로, 전세 매물이 충분하다는 정부 주장과 배치된다. 이 지수는 0~200에서 움직이는데 0에 가까울수록 거래가 부진하다는 의미다. 최근 KB는 매주 조사해 내놓던 이 지수를 돌연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는데, 매일경제가 이를 보도한 이후 통계를 되살린 바 있다. 일각에선 정부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주 안으로는 전세난 대책을 발표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부가 공공임대아파트나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이는 중장기 관점에서 효과가 있을 뿐 당장의 전세난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단기 처방전과는 거리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분위기다.
실제 정부는 공공분양 물량을 임대로 전환해 공급하는 방안이 전세 대책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준 기자 / 양연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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