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CEO] "청년개미 사로잡을 AI 자산관리 나설것"
입력 2020-11-01 17:25  | 수정 2020-11-01 20:54
"올해 코로나19가 주식시장에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었죠. '모바일 개미의 성지'가 된 건 청년 세대의 주식 재테크에 발맞추겠다는 생각을 했던 덕분입니다. 앞으로 할 일은 여전히 많습니다."
미국에 '로빈후드'(주식 중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가 있다면 한국에는 '영웅문'이 있다. 영웅문은 국내 최초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의 모바일 거래 시스템(MTS)의 이름. 1980년대 무협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역설적으로 영웅문을 가장 많이 선택한 건 2030세대 청년 개인투자자들이다.
영웅문은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투자 열풍 속에 이들의 주식 거래판으로서 올해 최고의 인기를 끌어모았다. 국내 6대 증권사 2020년 3분기 순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 주식 위탁매매에서 시장점유율 30%로 업계 1위인 키움증권이 주목받고 있다.
회사 창립 멤버 이현 키움증권 사장(63)은 2000년 입사 이후 20년 가까이 개인투자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왔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한국 증시의 전환점이 될 올해 변화에 대해 말했다.
―청년 세대들의 투자 성향은 좀 다를 것 같은데.

▷굉장히 자기주도적이고 위험을 기꺼이 감당하려는 성향이 있다. 젊을 때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투자자 수가 늘어나면 단기매매(단타)하는 사람 숫자도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청년 개인투자자=단타족(族)'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마트 개미'라는 말도 있지 않나. 이 친구들은 부모 세대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2000년대 거품 붕괴를 겪은 후 좌절하면서 주식 투자를 '투기'로 여겨온 것과는 시장에 접근하는 태도가 다르다. 자신들과 함께 커갈 미래 성장 산업과 미국 주식시장에 관심이 많다. 경제 공부도 열심히 한다. 20대 자식을 둔 입장에서 대견해보일 때가 많다.
―'서학개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특히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두드러진다.
▷요즘 한국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게 청년 세대다. 부모 세대보다 영어에 익숙하고, 국제 뉴스에 관심이 많다. 한국 주식은 시가 총액이 글로벌 증시 전체의 1.8% 정도라서 2%가 안 된다. 전부 한국 주식에 '올인'하는 게 그들에게는 답답할 수 있다. 서학개미 열풍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주식 양도 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증시 투자 열풍을 이끈 '동학개미' 주축이 청년 세대다. 집 살 돈이 없어서 증시에 나선 이 친구들이 '3억 대주주'에 해당돼 주식 양도 차익에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객관적으로 얼마나 있을까. 문제는 규제가 강화되면 신규로 대주주로 분류되는 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앞다퉈 보유 지분 매도에 나서고, 이 물량이 증시 하락세를 유도함으로써 청년 투자자들의 평가 손익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심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개별주·단타' 선호 성향은 달라질까.
▷현재로서는 국내 증시만 보면 개인투자자들이 확실히 개별 종목을 공격적으로 매매하는 경향이 있다. 개별 종목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높다. 다만 앞으로는 '개별 종목→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 흐름이 전개될 것 같다. 지금 국내 증시는 자산 운용이 소극적인 지수 추종형 패시브 ETF가 거의 전부다. 지금까지의 뮤추얼펀드는 사고파는 데 제한이 있고 보수적인 편인데 액티브 ETF는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데다 종목 구성·비중을 수시로 조정하는 식이어서 직접 투자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 이미 '서학개미'들이 뉴욕증시에서 액티브 ETF를 많이 사지 않나(웃음).
―청년 세대를 포함해 다양한 투자자들이 동학개미 열풍에 올라탔다.
▷투자에 정도(正道)가 있다든지, 정해진 투자 툴이 있다든지 한다면 주식시장에서 매매가 안 된다. 다양한 관점과 투자 방식이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작동할 수 있다. 결국 개인투자자 분들이 행복해야 증권사도 행복하다. 그동안에는 시장이 신뢰를 못 줬기 때문에 주식투자자 층이 엷어졌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동학개미'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시장에 진입한 분들이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사고파는 것보다는 투자가 저축과 재테크 수단으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주식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다.
―키움증권이 MTS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향후 포부는.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굳히는 작업이 핵심이다. 당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해 전체 시장 거래대금 10조원이 올해 34조~35조원으로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트래픽 과부하 문제가 걸린 것에 대한 대응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투자 고객 생애주기에 맞춘 재테크 관리다. 지금의 청년 투자자들도 나이가 들어갈 텐데 이들에게 맞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맞춤형으로 해주는 시스템을 내년 3월에 낼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워낙 환전·거래 수수료 경쟁을 시작으로 해서 고객 빼가기·눈치 작전이 치열하다. 카카오뱅크도 진출하고 신규 증권사도 줄줄이 나온다. 고객들이 MTS앱의 레이아웃·디자인 등 소위 말하는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면 쉽게 '갈아타기'를 하기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키움이 MTS 시장을 선점한 데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끼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
▶▶He is…
△1957년 광주 출생 △1982년 서강대 철학과 △1996년 국민대 경영학 박사 △1983년 조흥은행 입행 △1987년 동원경제연구소 △2000년 키움증권 이사 △2016년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2018년~키움증권 사장
[김인오 기자 / 신유경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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