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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투수교체, 그 이후 이야기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입력 2020-11-01 07:02 
캐시 감독의 월드시리즈 6차전 투수 교체는 많은 논란을 낳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케빈 캐시(42) 탬파베이 레이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6년간 한 팀을 맡아 454승 416패를 기록했고, 2020시즌에는 팀을 아메리칸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연봉 총액 최하위권인 탬파베이를 2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오프너' 작전을 처음 사용해 리그 전체에 유행시켰으며, 60경기 시즌을 치르며 59개의 다양한 타선을 기용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진보적인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선수들과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 최지만은 캐시 감독의 '젊은 리더십'에 대해 묻자 "얼굴은 절대 젊어보이지 않는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소통을 잘하는 감독이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친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슬럼프에 빠진 선수에게는 장난을 걸며 기분을 풀어주는 노하우가 있다"며 그의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 캐시 감독은 지난 월드시리즈에서 순식간에 비난의 대상이 됐다. 시리즈 6차전에서 잘던지고 있던 선발 블레이크 스넬을 갑자기 바꾸면서부터다. 상대 감독이었던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은 스넬을 교체하는 순간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고 말했다. 상대 감독을 웃게할만큼 논란이 된 교체였고, 결국 팀은 역전을 허용하고 시리즈가 끝났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31일 캐시 감독과 에릭 닌더 레이스 단장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월드시리즈가 끝난 이후 처음으로 가진 인터뷰. 이 자리에서 닌더 단장은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던 캐시 감독을 두둔하는데 적지않은 시간을 사용했다.
그는 "이번 시즌 우리는 접전이 많았다. 절반 이상이 2점차 이내 승부였으며, 이중 70%를 이겼다"며 팀이 접전 상황에서 강했음을 증명한 뒤 "이런 경기에서 그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봐야한다. 그는 꾸준히 '너무 늦은' 결정보다는 '조금은 이른' 결정을 지향해왔다"며 6차전에서 논란이 된 교체는 시즌 내내 꾸준히 보여왔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순간에서 그는 시즌 내내 운영해왔던 방식을 고수하거나 선발이 잘던지고 있기에 뭔가 다른 방식을 택할 수도 있었다. 어떤 경우든 상대 공격력을 생각하면 1-0 리드를 지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다. 그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그가 확신을 갖고 두려움없이 결정을 내린 것을 나는 존경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시즌 내내 유지해왔던 방식을 버리지 않은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결과에 대한 비난을 떠나, 그의 운영 방식에 대한 존중을 드러낸 것.

6차전이 끝난 직후 '상대 타선과 세 번째 대결을 피하고 싶어 교체했다'고 밝혔던 캐시 감독은 "스넬을 상대 타선과 세 번째 상대하기전에 바꾼 것이 규칙으로 규정돼 있거나 미리 짜여진 내용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비난도 나는 괜찮지만, 아주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나는 코치, 구단 프런트, 모두의 의견을 듣고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한다. 우리 구단에는 재능 있는 인재들이 많고, 여러 각도에서 최선의 결과를 위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응했다.
캐시 감독은 이어 당시 교체가 "스넬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시즌이 끝난 뒤 스넬과 직접 연락해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캐시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도 자신이 보여줬던 모습을 유지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탬파베이의 '실험'은 2021년에도 계속된다. 캐시는 "오프너에서 멀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즌에도 오프너 실험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그전에 마운드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의 상태가 어떤지를 봐야한다. 다음 시즌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조금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탬파베이는 2020년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지만, 공격력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팀 타율 0.238, OPS 0.753으로 각각 메이저리그 전체 21위, 13위에 그쳤다. 부진한 타격은 포스트시즌에서도 팀의 발목을 잡았다. 논란이 됐던 월드시리즈 6차전도 타선이 초반부터 많은 득점을 뽑아줬다면 전혀 다른 시나리오로 진행됐을 터.
닌더 단장은 "이같은 성적에 대해 너무 과대반응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이번 시즌 많은 선수들이 바뀐 환경에 방해받았다"고 말하면서도 "삼진이 너무 많았던 점은 개선해야한다"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608개의 삼진을 기록한 것을 지적했다. "공격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목표는 더 많은 득점을 내는 것이다. 발전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개선을 예고했다.
캐시 감독은 최지만, 얀디 디아즈, 오스틴 메도우스 등 시즌 막판 부상당한 선수들의 이름을 특별히 언급했다. "더 나쁜 상황에도 처할 수 있었다. 이들은 한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실전 훈련 기회도 많이 얻지 못했음에도 복귀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정상적이라면 이들은 트리플A나 마이너리그에서 2~30타석은 소화를 했어야했는데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며 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력해줬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내년에 건강한 모습으로 완벽히 감각을 회복했을 때 보여줄 모습이 정말 기대된다"며 이들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한가운데로 가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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