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매매값 모두 뛰니 부동산 정책 답이 없네
입력 2020-10-30 17:17  | 수정 2020-10-30 19:41
◆ 임대차법 3개월 ◆
전세난 대책을 준비 중인 정부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전세난 대책은 주로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지만 안 그래도 오르는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분 적립형 분양주택처럼 '공급 착시 효과'를 노리는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 집주인 실거주 요건 강화,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로또 청약' 기대감 등으로 전세 수요는 그야말로 폭발했지만, 임대차 3법으로 전세 매물은 씨가 마른 영향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복합적인 원인들이 전세난을 초래했다"며 "(청약을 노리며)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도 있고,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넘어가는 걸 막고 있어 전·월세 상승을 야기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보유세·양도세를 내년 6월부터 올리니, 이걸 반전세로 돌려 전·월세난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딱히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다. 과거의 전세 대책은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집값도 크게 오른 상태라 이 카드를 쓰기가 불가능하다. 이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국감에서 "지난 10년간 전세 대책을 다 리뷰해봤다"며 "대개 매매 가격이 내려가는 과정에서의 전세 대책은 많은데, 전세 지원 대책을 하려다 보니 다시 매매시장에 영향을 미쳐 매매가를 올리는 경향이 과거에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1990년에도 4~5개월 전세가 폭등 후 안정화됐고, 이번에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엔 1기 신도시 입주가 1991년 시작돼 전세난을 진정시킬 수 있었으나 3기 신도시는 일러야 2026년 입주가 시작되고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내년엔 반토막이 난다.
이 때문에 입주자가 초기에는 일정 지분만 매입하고 거주하는 동안 지분 매입 규모를 늘려 최종 단계에 100% 매입하는 방식의 '지분 적립형 분양주택'을 내놓았지만 사업비 부담이 만만치 않고 시장 반응도 냉담하다.
뾰족한 수가 없으니 정부의 대책 발표 일정은 계속 지연되는 중이다. 당초 이번 주 발표가 예상됐지만 다음주나 그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궁극적으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보호할 실수요자를 특정하고 정책을 시작했어야 하지만, 정책 순서가 꼬이고 말았다"며 "대기업 맞벌이 부부처럼 상환 능력이 건실한 이들이야말로 실수요자지만 그간 부동산 정책이 매우 좁은 시야에서 이뤄진 탓에 이런 부분이 무시됐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