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선임 관련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더해 감사위원을 기존 이사진과 분리선임 가능하도록 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 기업 기밀 유출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9일 '기업 지배구조 규제 글로벌 비교'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이 시총 30대 기업(금융사 및 한국전력 제외)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이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LG화학, 현대차, 카카오, 포스코, SK(주), (주)LG 등 23개 기업에 대해서 외국계 기관투자자 연합이 기존 이사진이 아닌 신규 이사진이자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특히 이같은 시뮬레이션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과 대주주 우호세력은 물론,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투자가가 최대주주에 우호세력이 될 것이라고 가정한 결과다. 국민연금이나 국내 기관투자가가 최대주주에 반대하고 해외 투기세력과 힘을 합칠 경우 더 많은 기업이 외부자에게 감사위원 자리를 열어 두게 된다. 감사위원은 회사 영업에 관한 보고 및 조사권을 비롯해, 각종 서류 및 회계장부 요구권, 경영진 경영판단에 대한 타당성 감사권, 자회사에 대한 영어보고 요구권, 이사회 및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각종 소 제기권 등을 갖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해당 감사위원은 현행 이사진 내에서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자가 선임한 이사가 겸직하게 된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이사진으로서의 권리와 감사위원으로서의 권리를 투기 세력이 선임한 외부인이 동시에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이사 및 감사로서 막강한 권한 때문에 기업 기밀이나 핵심 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정안에서 추진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물론 기존 공정거래법상 대주주의결권 3% 제한은 모두 해외 입법례를 찾아보기 거의 어렵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5개국(G5)은 법령상 이같은 조항이 전혀 없다는 것이 전경련측의 설명이다.
전경련은 다중대표소송제 개정안 역시 과도한 입법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비상장 1%, 상장 0.01% 이상 지분 보유)가 모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 이사에게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전경련은 "자회사의 독립된 법인격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예외적으로 100% 모자회사 관계처럼 자회사 독립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한다"고 지적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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