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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부 출범 40년…국대출신 경기인 언제나 문체부장관 될수있나 [특별기고]
입력 2020-10-29 11:19 
정부세종청사 15동 문화체육관광부. 사진=문체부 제공
문화계는 5명이나 거쳤는데 체육계는 1명도 없어…해외와 대조
연말 개각 앞두고 체육계이번에는 체육인 맡아야”비상한 관심
‘체육계 인사 홀대vs‘장관 맡을 인물난

[MK스포츠] 체육계에 대한 홀대인가, 아니면 장관직을 맡을만한 인물이 없는 것인가. 1982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전신인 체육부가 출범한 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해외의 사례와는 달리 아직 국가대표 선수 출신 체육인이 장관직이나 대회조직위원장 등 주요 직책에 기용된 적이 없다. 더욱이 문화계 인사는 5명이나 장관직을 거쳐 가 체육계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집권 3년 6개월을 넘겨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12월 개각에 국가대표 출신 체육인이 사상 처음 장관직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개각에 체육인이 발붙일 수 있는 곳은 박양우 장관이 1년 6개월 넘게 맡아온 문체부장관 자리다.
체육부(1982.03~1990.12)→체육청소년부(1991.01~1993.02)→문화체육부(1993.02~1998.03)→문화관광부(1998.03~2008.02)→문화체육관광부(2008.02~현재)로 부서 명칭이 바뀌어온 문체부는 산하 문화재청과 17개 기관에 642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전문체육 육성과 생활체육 보급, 확산 등 한국체육의 현안을 관장해왔다. 그러나 역대 장관으로는 군 출신인 노태우 박세직 조상호 이진삼, 관료 출신인 이원경 박철언 김영수 송태호 김종민 유진룡, 교수 출신인 이영호 이세기 최광식, 언론인 출신인 이민섭 주돈식 정동채 등이 있으며 문화계 인사로는 작가 출신 김한길, 영화감독 이창동, 연극배우 김명곤, 탤런트 유인촌, 시인 도종환 등 5명이 문체부의 수장을 맡았었다.
장관을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체육계는 박근혜 정부 시절 아시아경기 사격 3연패의 박종길과 지난해 12월 아시아경기 수영 2연속 우승의 최윤희가 차관에 기용된 게 전부다. 이 때문에 체육계는 전두환부터 문재인까지 역대 정부가 스포츠를 정권 유지 수단으로만 활용했지 체육계 인사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980년 5공을 출범시킨 전두환은 정권의 정통성 때문에 전전긍긍하다 1983년 박종환 감독이 멕시코 청소년 축구대회 4강에 오르자 이를 정권 유지 수단의 하나로 최대한 이용했다. 또 전두환, 노태우 정부는 1986년 아시아경기와 1988년 올림픽도 정권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대외홍보용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군부 정권은 체육부 장관이나 각종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군 출신이나 관료 출신 등으로 채웠으며 이 같은 현상은 1993년 김영삼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돼 국가대표 선수 출신 경기인들의 요직 기용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있다.
브라질 체육장관 펠레는 비리 척결에 앞장서
사실 브라질 독일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국가대표 출신 스타플레이어가 체육부 장관이나 빅 이벤트의 대회조직위원장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드송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80)다. 바로 생애 통산 1363경기에서 1281골을 기록한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다. 그가 1994년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체육부장관을 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진보적인 사회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페르난두 카르도수가 그해 대통령선거에서 당선, 축구계의 부패 권력과 맞선 펠레를 체육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흑인 최초의 장관이었던 펠레는 축구협회와 각 클럽의 회계를 투명하게 하고 무엇보다 ‘노동력(경기)을 제공하면서도 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 힘썼다. 상대는 브라질 축구의 거물로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까지 지낸 변호사 출신 주앙 아벨란제였다.
베켄바워, 세바스찬 코는 조직위원장 맡아
브라질의 축구 스타였던 호나우두(43) 역시 2014년 체육부장관 후보에 올랐으나 지지 후보인 아에시우 네비스 상원의원이 대선에서 낙선하는 바람에 성사되지는 못했다. 체육부 장관은 아니지만 ‘카이저(황제)로 불리며 독일 축구를 호령했던 프란츠 베켄바워(75)도 행정가로 이름을 떨쳤다.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선 선수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감독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베켄바워는 2006년 독일 월드컵축구 대회조직위원장을 맡아 완벽하게 대회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라운드의 예술가 미셀 플라티니(65·프랑스) 역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축구 대회조직위원장으로 활약했으며 2007년부터 10년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도 역임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 올림픽 육상 남자 1500m를 2연패 한 영국의 세바스찬 코(64) 또한 2012년 런던올림픽 대회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현재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으로 활약 중이다. 35차례에 걸쳐 남자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을 경신한 우크라이나의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57)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며 203연승의 대기록을 보유한 야마시타 야스히로(63) 일본유도연맹 회장도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MK스포츠DB
‘체육계엔 장관감 인물 부족 시각도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 출신 체육인들이 문화계 인사들과 비교해 정치에 관심이 적은데다 아직도 체육계 스타가 장관 같은 고위 공직을 맡아 잘 해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소설가였던 김한길 전 문체부 장관과 시인이었던 도종환 전 장관은 다선 국회의원이었으며 유인촌 전 장관도 이명박 정권 탄생에 한몫한 장본인. 반면 각각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이에리사(탁구), 문대성(태권도) 의원 등은 셀러브리티 폴리틱스(유명세를 활용한 이미지 정치) 효과에도 불구, 재선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왕년에 이름을 떨쳤던 농구의 김영기(전 KBL총재) 야구의 김응용(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유도의 김정행(전 대한체육회장) 조재기(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등은 체육 관련 단체의 전 현직 수장으로 이름이 남아있을 뿐이다. 과연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 우리나라 체육 행정 최고 책임자인 문체부 장관직에 오를 수 있을까?
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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