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병원 가산`과 같은 인센티브 절실하다"
입력 2020-10-29 10:40 
왼쪽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실 기호균 실장, 차의과대학교 지영건 교수, 중소병원협회 정성관 아동병원 위원장,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국일 과장, 순천향대 함명일 교수, 심평원 한승진 부연구위원, 고려대 윤석준 보건대학원장, 중앙일보 신성식 기자, 안산자생한방병원 박종훈 원...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된 전문병원제도는 지역 거점 및 전문병원으로 위상과 브랜드가 크게 향상됐지만 환자내원이나 의료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문병원 인증을 받기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전문병원 가산'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병원은 2011년 도입돼 1기(2011~14년)에 99개, 2기(2015~17년)에 111개, 3기(2018~20년)에 107개 의료기관이 지정됐다. 전문병원은 대학병원급 심장, 뇌혈관, 유방, 신경 등 난이도와 중증도가 높은 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곳에서 부터 수익이 나지 않지만 사회적 필요가 절실한 화상, 수지접합, 알코올질환에 이르기까지 치료분야가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28일 오후 2시 '전문병원 제도의 성과와 미래 방향'을 주제로 개최된 제45회 심평포럼에서 전문병원 효과와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지정범위 확대, 인증기준 완화, 인센티브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이 제시됐다.
'전문병원 지정제 발전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함명일 순천향대 교수는 "전문병원 제도가 전문 질환에 대한 효율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중소병원 역할 모델 제시, 안정된 의료전달체계 확립 기여 등에 충분한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전문병원 숫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아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전문병원 제도가 10년을 지나 20년, 30년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제도로 유입되는 기관 수를 늘리되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이 고민돼야 한다. 정부 역시 전문병원 기관 수는 충분한지, 지역 간 접근성 불균형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명일 교수는 이어 "인센티브 강화, 전문병원 발굴·지원, 지역 여건을 감안한 지정기준 세분화, 전문분야 중복지정방식 다양화, 인증기준 부담 완화, 퇴출기준 신설 등 다양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중소병원이 전문병원 제도 내에 들어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하려면 차별적으로 지원되고 있는 가산이나 수가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의료기관의 전문병원 지원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현행 지역완화 기준을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등 전문병원 지정기준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 인증제도의 자체 조사, 현장조사 등을 통한 인증 유지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지정기준 완화가 의료기관 질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단순히 전문병원 수를 늘리기보다 내실있는 운영을 위한 보상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성관 아동병원위원장(대한중소병원협회)은 "전문병원 진입 문턱이라고 알려진 인증평가 때 투입되는 시설 개보수 비용은 차라리 한 번만 들어가는 비용이라 몇 억 단위로 들어갔지만 그나마 낫다. 지속적으로 전문병원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훨씬 더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병원에 주어지는 외래 및 입원 수가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사실상 적자경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정 위원장은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간호등급 1등급을 유지하려면 최소 필요인원은 25명이지만 전문병원을 운영하려면 30여명이 있어야 한다. 또한 IV전담팀, QI, 감염간호사 등을 더하면 최소 운영인원에 비해 간호사 인력만 15명이 초과되어 월 인건비만 6,0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야간에 발생할 수 있는 열성경련과 같은 응급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평일, 주말까지 상주 당직의사를 고용했을 때 발생하는 월 인건비도 2,000만원에 달하고 여기에 물품, 보호장비 등까지 합산하면 월 억단위 비용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기획위원장(전문병원협의회·예손병원장)도 "의료접근성 확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의료진 수와 같은 지정기준을 완화하면 의료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10년 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까 우려된다. 지정기준을 완화하기보다는 새로 정립하는 것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전문병원으로 지정됐을 때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면 기준을 완화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진입이 있을 것이다. 전문병원이 갖는 사회적 의미 개선도 필요하고, 1차 의료기관이 전문병원과 상급병원에 환자 진료를 의뢰하고 받는 수가에 차이를 둬서 전문병원이 더 홍보될 수 있도록 하는 세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 내 전문병원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진료회송 수가나 다른 전문제도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응급의료전달체계 내에서도 화상환자는 대학병원에 갔다가 전문병원으로 돌아와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한다. 수지접합환자도 대부분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갔다가 전문병원으로 돌아온다"면서 "화상전문제도 등과 연계를 허용해 준다면 환자들이 충분히 좋은 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전문병원 제도도 정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훈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기준완화에 몰입하게 되면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 인센티브 강화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지역별 차등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를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전문병원으로 유인하려면 안전과 질에 대한 신뢰와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전문병원이 재정 절감 등에 기여했다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전문병원 자격을 갖춘 병원이 많다면 정부가 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는 "그 동안 제도를 운영하면서 축적된 경험을 기초로 각 분야 환경에 맞게 세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장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관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넓은 시각에서 환자 교육이나 비급여에 대한 전문병원 역할을 재정립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토론회에사 나온 발언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국일 과장은 "의료전달체계 방안을 만들고 TF를 운영하려고 한다. 중장기 방안 마련때 의료기관 기능에 따른 최적화된 의료서비스 제공을 중심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환자 중심의 의료기관 연계 협력 강화를 통해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과장은 "중증 외상환자 등을 케어할 수 있는 지역 우수병원이나 공공병원을 70개 권역별로 하나씩 마련해 접근성을 높여 보려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전문병원 자체도 그런 차원에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무조건 전문병원을 확대하기보다 의료수요가 얼마나 되고, 공급가능한 인력은 얼마나 있는지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론자 간에 공통되게 전문병원 명칭 사용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이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은 사항"이라며 "감시를 강화하는 등 전문병원에 대한 명칭을 아무나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공통적으로 지적해주신 '강력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하여 내년에 시작되는 4기부터 제대로 된 전문병원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준 고려대보건대학원장은 "전문병원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몇 안 되는 제도"라며 "복지부와 심평원에서 적극적으로 제도를 적극 이끌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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