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체 검색엔진 기술을 개발하려는 조짐이 뚜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반독점 소송에 걸린 구글으로부터 검색엔진을 제공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거론되자 애플이 '독자 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의 이런 움직임은 아이폰의 최신 운영체제(OS)인 iOS14에서 드러난다. 이 OS에선 아이폰 홈스크린 상단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이런 웹 검색 능력은 애플의 내부 개발에 중대한 발전이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구글 공격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크롤러인 '애플봇' 활동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색엔진 개발에 필수적인 크롤러는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정보만 수집·저장하는 프로그램 이다. 디지털마케팅 컨설턴트 수간탄 모하나다산은 "최근 몇 주간 애플봇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많이 활동했다"며 "크롤링 비율이 높아지는 건 더 많은 정보를 긁어모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애플은 앞서 구글에서 웹 검색 부문 핵심 인재를 데려왔다. 애플은 2018년 7월 구글의 존 지아난드레아를 자사로 영입했을 때 애플의 인공지능(AI) 부문 경쟁력 강화 목적이라고 내세웠다. 그러나 그의 주요 이력 중 또 하나는 구글 웹 검색 부문 총괄이었다. FT는 "애플은 내부 프로젝트 비밀을 철저히 지키기로 악명 높다"면서 "이같은 움직임들은 구글과 경쟁하는 검색엔진 개발에 착수했다는 단서들"이라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며, 구글이 아이폰에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탑재하는 대가로 애플에 매년 최소 80억달러에서 120억달러까지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밀월 관계가 드러나면서 애플이 더 이상 구글의 검색엔진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수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 소속 변호사 출신 샤리스 포젠은 "법무부가 다른 검색엔진 업체들이 애플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글과의 독점적 계약을 끝내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애플에 검색 엔진을 새롭게 만들 역량은 충분하지만 구글과 격차를 좁히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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