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중저가 아파트 세율 낮춰도…재산세는 상한선까지 뛴다
입력 2020-10-28 15:50 
최근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단지 위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당정이 중저가 아파트 재산세율을 0.05%까지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세 시세와 공시가현실화율이 급박하게 오르는 상황에서 재산세는 오히려 최대 한도까지 뛰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매경DB]

당정이 중산층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공시가 9억원 이하나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재산세율을 구간별로 인하하는 안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실제로 이 구간에 있는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의 재산세 부담은 내년에 상한선(최대 1.3배)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올해 서울 및 수도권 9억원 미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시가가 대폭 오른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실화율도 내년부터 최대 3%가량 올라가면서 세율을 인하해도 재산세가 크게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오는 2025년엔 현행 대비 2~3배 가량 재산세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당정의 재산세율 인하가 정치적 제스처일뿐 실제론 효과가 없을 것이다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8일 매일경제신문사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게 의뢰해 올해 공시가 4억~6억원대(올해 초 기준 시가 6억~9억원대) 아파트들의 내년 재산세 부담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아파트가 2021년에 상한선(지난해 대비 130%)까지 재산세가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남가좌삼성1차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시세가 6억5000만원이고 공시가가 4억3800만원(시세 대비 공시가가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현실화율은 67.4%)이어서 올해 재산세가 약 81만원(만 59세 이하며 1주택을 5년 미만 보유한 자로 가정)을 납부했다. 하지만 올해 10월 기준 시세가 9억3000만원까지 급증했고, 내년 현실화율 목표치(72.2%)에 대입해보면 내년 공시가가 6억7000만원 수준까지 치솟는다.
재산세는 총 4개 구간이 있고, 각 구간별로 세율을 달리 적용해 산출하게 되는데 당정이 말한대로 4개 구간 모두에 0.05%씩 세율을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남가좌삼성1차의 내년 공시가 상승률이 무려 53%에 달해 세금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현재 재산세는 전년 대비 최대 1.3배(공시가 6억원 초과 주택 기준)까지 더 걷을 수 있어 세부담 상한선인 106만원까지 재산세가 증가하게 된다.

우병탁 팀장은 "올해 대폭 시세가 상승한데다가, 현실화율 자체도 정부가 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 매년 3%대로 올리기로 하면서 공시가가 대폭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세부담 상한선까지 오른 곳은, 미처 못 오른 세금이 계속 후년으로 이월된다. 그래서 재산세율을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영등포푸르지오 전용 84㎡도 올해는 공시가가 6억원 아래(5억9200만원)이지만, 올해만 10개월새 2억2000만원이 오르는 등 시세가 폭등한 탓에 공시가가 내년엔 8억원까지 상승하면서 재산세가 상한선인 30%(올해 107만원 → 내년 139만원)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당정이 공시가 9억원 미만이나 6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 아무리 재산세율을 0.05%씩 낮춰준다고 해도, 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오는 2027년까지 현실화율이 매년 3%씩 상승(현실화율 목표치를 90%로 가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실화율이 올라가는 만큼 공시가가 자동적으로 올라 세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만일 시세가 안정화되서 연평균 2%씩만 상승하고 재산세율은 당초대로 0.05% 인하된다고 가정할 경우, 앞서 언급한 남가좌삼성1차 아파트의 재산세는 오는 2025년 208만원으로 올해(81만원) 대비 2.5배가 된다. 현실화율 목표치인 90%에 접근하는 오는 2030년엔 재산세가 무려 올해보다 4배이상 많은 339만원으로 껑충 뛴다.
현재 시세 11억2000만원인 영등포푸르지오 전용 84㎡도 동일한 가정으로 계산하면, 현재 재산세 107만원이 오는 2030년 505만원으로 무려 4.7배가 된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현실화율 목표치가 완성되는 향후 10년 간 매년 7월, 9월 두 차례에 걸쳐 급증하는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중산층을 위해 재산세를 인하해주겠다고 하는 정부와 여당의 방침과는 정반대의 현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1가구 1주택은 가만히 있는데 집값만 올라서 세금 폭탄 맞게 생겼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왜 1가구 1주택이 봐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해서 재산세 상한선(1.3배)을 확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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