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기업형 슈퍼마켓(SSM) 업계 1위 롯데슈퍼의 납품업체 '갑질' 행위에 대해 총 39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건으론 역대 5번째로 많은 과징금이며, SSM 업체 중에선 최대 액수다.
정당한 이유없이 상품을 반품하거나 판촉행사 비용을 떠넘기고, 별다른 약정 없이 100억원대 판매장려금을 부당하게 뜯어낸 혐의다. 공정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세 납품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 갑질 관행에 잇달에 철퇴를 내리는 모습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5일 농협하나로마트의 운영사 농협하나로유통·농협유통에도 비슷한 혐의로 7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28일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롯데슈퍼를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쇼핑·씨에스유통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9억1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롯데쇼핑이 22억3300만원, 씨에스유통이 16억7700만원이다. 이들이 함께 운영하는 '롯데슈퍼'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이 경쟁하는 SSM 시장에서 점포수가 가장 많다.
롯데쇼핑은 2015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38개 납품업자에게 직매입한 약 8억2000만원 상당의 상품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했다. 또한 총 35개 납품업체에게 연간거래 기본계약에 판매장려금과 관련한 구체적인 약정을 하지 않고 약 102억원을 부당하게 받아냈다. 씨에스유통 역시 117개 납품업자에게 직매입한 약 3억2000만 원 상당의 상품을 부당 반품했다. 판매장려금은 총 27개 업체에게 약 10억 원을 약정 없이 수취했다.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동안 총 368건의 판촉행사를 실시하면서 총 33개 납품업자에게 사전에 서면 약정을 하지 않고 약 108억 원의 비용을 떠넘겼다. 여기에 자발적인 파견요청서를 받거나 사전 파견조건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114개 납품업체에서 1224명의 종업원을 파견받아 자신의 점포 260곳에서 근무하게 했다. 씨에스유통은 240건의 판촉행사에서 총 9개 납품업자에게 약 19억원을 부당하게 전가했다. 총 42개 납품업체를 상대로 225명의 종업원을 파견 받기도 했다.
이들은 계약서 교부 의무도 어겼다. 롯데쇼핑은 2015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총 311개 납품업자와 총 329건의 물품 구매·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를 최장 212일 늑장 교부했다. 씨에스유통도 같은 기간 총 236개 납품업자에 대한 총 245건의 계약서를 최장 116일 지연 교부했다.
권순국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SSM 분야에서도 판촉비·장려금 등의 비용을 납품업체에게 전가하는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 증가우려가 커졌다"며 "앞으로 공정위는 상생협력을 독려하는 동시에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엄중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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