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세금 환급해 드릴 때 우편으로 알려 드렸는데, 요즘은 국민들께서 우편 통지 잘 안보시잖아요.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있고. 그래서 생각했죠. 많은 분들이 쓰시는 카카오톡을 통해 알려드리면 더 좋지 않을까 하고요." (안태훈 국세청 조사관)
최근 세종 관가에서는 세금 환급 고지방법을 우편에서 카카오톡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세금 24억원을 아낀 공무원이 화제다. 주인공은 국세청 징세과 안태훈 조사관(29).
27일 국세청은 "올해 국민심사, 적극행정 지원위원회 등을 통해 국세청 적극행정 우수 공무원과 우수 부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우수 표창은 카카오톡 환급고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안 조사관에 돌아갔다.
그는 지난 2017년 7급 공채로 관가에 발을 들인 후 올해 국세청에서도 일반인 민원이 가장 많은 징세과에서 일하고 있다. 이날 안 조사관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많은 민원을 그냥 흘려듣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서비스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국세청은 종전까지 국민들이 기준치보다 많은 세금 등을 내서 환급 받을 때 계좌로 돈을 송금하며 관련 내용을 우편으로 알려줬다.
하지만 납세자들이 계좌로 돈을 받고 난 후 우편 통지를 받다보니 또 환급 받을게 있는지 오해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다른 사람이 통지서를 뜯어보며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부작용도 생겼고, 발송 비용 등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대지 국세청장(왼쪽 다섯번째)이 27일 세종 국세청사에서 적극행정 우수공무원과 우수부서에 표창을 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 국세청]
이에 안 조사관은 정보화 담당관실과 협업해 환급 통지서를 카카오톡 등 모바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 14일부터 카카오톡 통지가 시작됐지만 벌써 모바일 활용률이 60%에 달할 정도로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했다.환급 통지서 등 국세청 우편 발송 건수는 연간 1104만건에 이른다. 발송 비용만 30억원이다. 국세청은 안 조사관 아이디어를 도입하면서 총 24억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안 조사관은 "납세자 휴대폰 번호를 몰라도 국세청이 보유한 납세자 주민등록번호 연계 시스템을 통해 카카오톡으로 전자문서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지난해부터 갖춰졌다"며 "이를 이용하면 납세자들 눈높이에서 더 편리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납세자 민원이 많은 업무를 하다보니 더 책임감을 갖게 된다"며 "앞으로 철저히 납세자 눈높이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공무원들이 국민 편의를 높이는 적극행정을 늘리기 위해 분기별로 적극 행정 우수 공무원을 선정하고 있다. 안 조사관을 비롯해 김병철 세원정보과 사무관(빅데이터를 활용한 차명 계좌 분석시스템 구축), 이풍훈 감사관실 조사관(생계형 체납자의 경제적 재기 지원), 한민수 국세상담센터 조사관(근로장려금 수혜대상 확대 기여) 등 7명과 1개 팀(개인납세국)에 표창의 영예가 돌아갔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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