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의 인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면 사람들이 모두 증강현실(VR) 장치를 쓰고 몸을 우스꽝스럽게 움직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시 무척 감명 깊게 봤는데 이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그와 같은 세상이 더욱 빨리 오겠다고 느꼈습니다. 결국엔 온 세상이 디지털로 가야 합니다. 씨티케이코스메틱스 역시 디지털로 향하는 길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비전 워딩을 '플랫폼 온 디지털'로 삼고 현재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선영 씨티케이코스메틱스 대표는 올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에 대해 위기보다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유례없는 팬데믹(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변화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는 것. 실제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회사는 늘 해왔던 대로 전시회를 다니거나 해외 출장을 다니며 영업을 했겠지만 코로나로 모든 것들이 올스톱되면서 씨티케이코스메틱스는 오히려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시간을 확보했다. '디지털 DNA'를 심었다는 평가다.
씨티케이코스메틱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디지털 혁신 컨설팅 기업 디지포머싸스랩(Digiformer SaaS LAB)과 디지털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디지포머싸스랩은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최고 디지털책임자(CDO)' 역할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씨티케이코스메틱스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약 5TB 분량의 데이터를 포함해 모든 자산의 디지털화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선영 대표는 "대부분의 중견기업이 그러하듯 중견·중소기업은 IT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그들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또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일도 쉽지 않다"면서 "디지포머싸스랩은 그런 최신 IT 기술을 기반으로 당사와 같은 회사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전환 프로젝트를 도입하기 전 씨티케이코스메틱스는 화장품 풀서비스를 11년 간 해왔던 회사임에도 ERP를 제외하면 별다른 IT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은 상태였다. 당연히 회사 내 데이터가 한곳에 모이지 않았고 각 담당 직원의 PC에 나눠서 방치돼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도 데이터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등 업무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디지포머싸스랩은 씨티케이코스메틱스의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데이터의 실시간 접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클라우드 체제로 전환할 것을 권했다.
최 대표는 "구글의 클라우드 시스템 'G-Suite' 도입 및 사용자(직원) 교육을 통해 이제는 회사 내 직원들이 하고 있는 모든 업무 데이터가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전송된다"며 "협업이 필요한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이제는 하나의 프로젝트에 동시에 접근 가능한 디지털 인프라 '세일즈포스(Salesforce)'를 구축해 업무 효율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실제 이를 통해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도 변했다. 부서별 폐쇄적으로 오갔던 데이터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회의시간에서도 바로 데이터에 접근해 파일을 공유하고 있으며 만족도도 높아졌다. 또 하나의 프로젝트에 동시 접근할 수 있어 공동작업을 통한 생산성이 향상됐고 실시간으로 크로스체크할 수 있게 되면서 놓칠 수 있는 리스크도 크게 줄였다.
씨티케이코스메틱스는 이번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내부적으로 디지털 DNA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사측은 디지털 세상에서의 풀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플랫폼 온 디지털'을 목표로 크게 네 단계로 구분, 디지털 환경에서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최선영 대표는 "플랫폼 온 디지털의 첫 단계는 현재 당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들"이라면서 "상장 IR 당시 회사를 익스피디아와 같은 형태의 협력사 플랫폼 사업모델로 글로벌 고객사의 360도 개발에 대한 요구사항을 적절하게 대응하는 협력사 생태계를 구축해왔다고 비유했는데, 사실은 디지털과는 크게 상관이 없으며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한 단계 진보한 플랫폼 온 디지털의 2단계는 바로 'CTK 클립'이다. CTK 클립은 씨티케이코스메틱스가 보유한 약 1000여 개의 제품을 인터넷 환경에서 가상환경에 구현하는 일종의 온라인 쇼룸이다. 오는 12월 말 공개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씨티케이코스메틱스의 모든 데이터는 구글 드라이브에 모여있고 프로젝트는 세일즈포스에서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해 온라인으로 제품을 보여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쇼룸 형태로 있으면 이제는 누구든지 세일즈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기존에는 해외 세일즈를 위해 직원이 해외로 출장을 나가 고객을 직접 만나 영업을 했지만 이제는 직접 나가지 않고 가상 형태의 쇼룸인 CTK 클립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제약없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씨티케이코스메틱스는 CTK 클립을 활용하고자 하는 외부 컨설턴트들을 모집해 '글로벌 세일즈 컨설턴트 네트워크'를 형성할 방침이다.
3단계는 CTK 클립에서 파생한 일종의 '브랜드 쇼룸'이다. 2단계 CTK클립이 제품(Product) 클립이었다면 브랜드(Brand) 클립은 아예 브랜드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사업이다. 누구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온라인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느낌의 브랜드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브랜딩, 디자인, 상품기획, 패키지개발이 이미 끝나 있는 브랜드를 가상환경에서 선택하면 바로 생산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최선영 대표는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브랜드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새롭고 재밌는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씨티케이코스메틱스는 코스메틱 풀서비스 기업으로 고객의 머릿속에 담긴 아이디어를 브랜드로 구체화하는데 특화한 브랜딩, 디자인, 상품기획 역량이 집약돼 있어 이런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B클립까지 확장한 후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온 디지털 4단계인 'B2B2C'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경택 기자 kissmaycry@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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